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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S&P의 신용등급 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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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엊그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S&P 등급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다. 최근 선진국·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국가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해 온 신용평가사들이고 보면 이번 S&P의 상향 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S&P 기준으로 한국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나라는 AAA인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과 AA+인 미국 6개국에 불과하다. 중국(AA-)과 일본(A+)은 우리보다 낮다.

S&P는 등급 상향의 이유로 꾸준한 경제 성장과 대외 건전성, 충분한 통화여력을 들었다. 안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일본화’를 걱정하는 터에 나온 낭보라 얼떨떨하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경제는 심리’라는데 지나친 비관과 자학으로 우리 스스로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했는지도 모른다. 뒤집어 보면 한국 경제가 안팎의 악재들을 충분히 이겨낼 것으로 국제사회가 평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반가운 소식이다.

S&P의 말마따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여타 선진국의 0.3~1.5%보다 높다. 세계 경제가 많이 어려우니 2%대 중·후반의 성장률이 너무 낮다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올해 한국의 수출 부진도 S&P는 지역 내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을 일부 보완할 것으로 봤다.

국가 신용등급이 좋아지면 이득이 많다. 낮은 금리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다가올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말 그대로 빚을 갚을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에 불과하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다지만 불황형 흑자요, 재정이 넉넉하다지만 복지 지출을 덜 쓴 결과이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소비·저성장의 공포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안팎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당면한 개혁 과제와 경제 체질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