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침울했던 北 최룡해, 오늘은 만면에 미소…남북 여자 탁구 대결은 무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리우올림픽 현장을 찾은 북한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8일(현지시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날 리우센트루 3관에서 열린 여자탁구 경기에서 북한의 김송이 선수가 대만의 첸수유를 접전 끝 4-2로 물리치고 8강을 확정지으면서다. 최 부위원장은 전날 북한의 금메달 유망주였던 역도 엄윤철 선수가 은메달에 그치자 현장 응원을 그만두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었다. 8일 탁구 경기장을 떠나면서는 환한 미소를 지어 극과 극의 표정을 연출했다.

기사 이미지

북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역도 엄윤철의 경기를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최룡해는 다음날 탁구 경기에선 북한 김송이 선수가 대만 선수를 꺾고 8강에 진출하자 환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최룡해는 북한 선수단 관계자 등 10여명과 경기장을 찾아 기자석 바로 앞의 2층에 앉아 김송이를 응원했다. 김송이가 점수를 얻을 떄마다 두 손으로 박수를 크게 치기도 했고, 공격 기회를 놓칠 때는 아쉬움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7일 역도 경기에선 엄윤철 선수의 시상식이 시작되기도 전 경기장을 황급히 떠났지만 이번엔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귀빈실로 이동해 직접 김송이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룡해를 리우까지 보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스포츠 매니어로, 북한을 ‘체육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한 바 있다. 북한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최룡해의 어깨는 무겁다. 한국시간 9일 현재 북한의 메달은 엄윤철의 은메달 하나뿐이다. 김정은이 지시했던 “금메달 5개”엔 턱없이 모자란 성적이다.


▶관련기사 北 ‘역도 영웅’ 엄윤철 응원하던 최룡해, 은메달에 그치자…



한편 이날 탁구 경기장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모습도 보였다. 여자탁구 단식 전지희 선수의 16강전과 남자탁구 단식 정영식 선수의 16강전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룡해와 김 장관은 서로 다른 곳에 앉아 경기를 관람해 조우하는 일은 없었다. 전지희는 이날 경기에서 싱가포르 유맹유에게 1-4로 패해 8강전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남북 여성 탁구 대결은 무산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