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소간 국경 교역 늘고 있다-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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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북한은 최근 3∼4년간 중공 및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국경 지대 및 북한 동해 항구를 통한 인적 교류 및 상품 교역을 증진시켜 왔지만 이를 급격히 확산시킬 경우 특히 중공에서 밀어닥칠 정치적 자유와 소비 지향적인 경제가 북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13일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보도했다.
리뷰지는 북한은 이 같은 모델을 한국과의 교섭에도 적용시킬 의향이 있으나 물적·인적 교류 증가가 북한 내부 사회에 미칠 영향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다음은 리뷰지의 요약.
북한은 최근 3∼4년 동안 중공 및 소련과의 현저한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특히 국경을 통한 인적·물적 교류를 증대시켜 왔다.
이 같은 교류는 북한 동해안의 청률·나률 등 항구를 통한 것과 국경을 통한 것 등 2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전자의 경우 철도망을 통해 콩 등 중공 상품들이 중공의 도문으로부터 북한의 나률·청률 항으로 수송돼 이 항구에서 일본 등지로 수출돼 왔다.
중공과 북한은 83년에야 청률항 사용 문제에 합의했으며 85년7월에는 도문과 나률간의 철도 연결 협정도 체결했다.
북한은 소련과도 좁고 긴 국경 지대를 통한 쌍방 교역과 통과 무역을 늘려왔다.
특히 84년5월 김일성의 소련 방문 후 군사 및 경제 협력이 강화됐다.
소련과 북한의 관계 개선은 소련이 태평양 진출을 강화키 위해 그 동안 등한시해온 동맹국 북한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과의 관계 개선이 중공과 북한간의 관계 희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중공을 설득하고 있다.
북한은 대소 관계 개선 상쇄 조치로 한국과의 대화와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 대해 문을 열고 있는데 이는 모두 중공이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소련의 북한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84년 현재 약 5천명의 소련 기술자가 북한에서 일하고 있으며 같은 해 북한은 부동항인 나률 항을 소련 국경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전철화 시켜 수송 능력을 배가시켰다. 묘하게도 이 철도 전철화는 중공의 철도망과도 연결돼 중공에도 이익을 준다. 85년4월 북한 외상 김영남은 모스크바를 방문, 국경 통과 조약 및 영사 협정을 체결했다.
이 영사 협정에는 기존의 나호트카와 청률에 있는 영사 기관들을 격상시키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중공과 국경을 통한 교류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중공 동북 지역인 길임성에는 약 1백10만명, 흑용강성에 43만명 등 많은 한국 교포들이 북한 국경과 가까운 곳에 산다는 접도 국경을 통한 중공과 북한의 교류에 유리하다.
중공과 북한은 82년2월 국경 무역 협정을, 84년에는 특별 국경 통과증 협정을 체결했으며 85년4월에는 남양과 도문을 수시로 연결하는 버스 운행을 개시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북한의 혜산에서 압록강을 가로질러 중공과 연결하는 교량을 건설했다. 이 교량 건설은 많은 의의를 갖는다.
6·25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중공을 연결하는 교량은 13개였으나 전갱이 끝난 후는 6개가 남아 있었다.
이 같은 북한과 중·소의 관계 발전이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북한은 경제적인 실리와 경제 계획 모델 및 기술 도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한다.
특히 북한은 중공과 국경을 통한 교류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하고 있는데 이는 중공 동북부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들이 중공의 개방화 정책에 따른 정치적 자유와 소비 지향적인 영향을 북한에 유입시킬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중·소와의 국경 통과·교류 행태는 북한이 한국과의 교섭에도 바람직해 하는 모델이지만 중·소와의 협상이 완만하고도 제한된 결과를 보이고 있는 사실에 비춰봐서 빠른 시일 내에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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