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강창일 “국익 위한 언행을”…더민주 내부서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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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왼쪽)은 논란이 된 초선 의원 6명의 8일 방중에 대해 “이제 안 가면 진짜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 가려 했던 것이 돼 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5일 우상호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연 김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의 중국행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중을 주도한 김영호 의원과 김병욱·박정·소병훈·손혜원·신동근 의원 등 6명은 8일부터 현지에서 베이징대 교수들과의 좌담회 및 교민 간담회 등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초선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안전행정·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다. 국방 및 외교와는 거리가 먼 상임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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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7일 오후 4시10분 춘추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김 수석은 “야당 의원들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의견 교환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방중 계획을 재검토해 줄 것을 의원 각자 및 더민주 지도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방중 6명 국방·외통위 소속은 없어
청와대 “중국의 사드 입장만 강화”
해당 의원들 “반한 자제 요청할 것”
일각 “당내 노선 갈등 봉인 푼 셈”

그는 “안보 이슈와 관련해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라며 “(방중은)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중 의원들의 진의가 어디 있든 간에 이분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중국 측의 입장을 강화하고 우리의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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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반대하는 한국 의원들이 공격받고 있다’는 제목의 환구시보 기사. [뉴시스]

실제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6일 이들의 중국행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기사 내용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는 타당하지 않다. 중국의 반대 이유를 확인하고 한국 내에 전달할 것”(소병훈), “한국 국민의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미국에 전달하겠다”(손혜원)는 국내 발언을 담아 사드 반대 입장을 부각했다.

방중 의원들의 첫날 일정에 예정에 없던 김장수 주중대사와의 면담이 갑자기 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중국 측의 플레이에 말릴 수 있다고 우려한 정부가 요청해 잡힌 일정이다. 방문단의 김영호 의원도 “당초 일정엔 없었지만 대사관 측에서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은 “학술 간담회 정도의 행사인데 정부와 여당이 일을 키웠다”고 주장하며 “중국에 가면 현지 언론에서 반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을 자제해주고, 한·중 관계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정부와 공조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에 이어 청와대가 나서 사드 배치 문제를 국내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을 강화하고 우리 내부 분열을 심화시킨 장본인은 바로 대통령과 청와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간 공식 채널이 막힌 상태에서 야당 의원들이 충분한 고민 끝에 선택한 방중”이라며 “한류 방해, 비자 지연 등 중국의 사드 제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의 방중에 대해선 더민주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당 일각에선 환구시보의 보도가 나오자 “이럴 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최근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환구시보 보도 이후 본지 통화에서 “의원들이 나라나 당을 위해 생각하고 발언해도 중국 언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보도하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가더라도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강창일 의원도 “중국에 가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항상 국익을 염두에 두고 언행을 해야 한다”며 “외통위 소속 여야 중진 의원들로 따로 방중 일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들이 중국에 가더라도 여야가 동행하는 ‘국회대표단’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균형 잡힌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적었다.

야당 강경 그룹의 사드 반대 목청도 이런 지적과 비례해 더욱 커지며 노선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드 반대 입장을 부각하면 “도로 민주당이 될 것”(본지 8월 6일자 1면)이란 김종인 대표의 지적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새누리당 2중대가 될 바엔 도로 민주당이 낫다”고 반박했다. 당 대표 후보들인 김상곤·이종걸·추미애 후보 모두 사드 무당론 재고(再考)를 공약한 상태다.

익명을 원한 당 중진 의원은 “사드 논란과 초선 의원들의 방중이 당내 갈등의 봉인을 해제한 셈”이라며 “각 계파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다간 예전 분위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성운·이지상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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