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런 대우조선을 또 혈세로 살리겠다는 산업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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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32곳을 확정했다. 4단계 평가(A~D등급) 중 A·B등급은 정상, C등급은 워크아웃(자율협약), D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은 C등급을 받았다. 반면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모두 정상인 B등급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실과 부패·부정의 온상이 돼버린 대우조선까지 B등급을 받은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원 의지를 감안했다”고 하지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우조선은 5조원대 손실이 드러난 지난해에도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3조원 넘는 손실을 봤고 부채비율만 7308%에 달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벌써 청산 절차를 밟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이미 대우조선에 빌려준 돈에 대해 ‘정상’이 아닌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지난해 4조원 넘는 혈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혈세 지원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도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주말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열중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해 손실 규모를 1200억원가량 축소 조작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자본이 잠식된 대우조선의 증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의 지원을 계속 받으려고 회계조작을 벌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출범 때부터 비리 청산을 부르짖었던 현 경영진마저 대규모 회계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대우조선보다 더 문제는 산업은행과 금융 당국이다. 관리·감독 책임은 뒷전인 채 ‘(청산 땐) 국민경제에 부담’ 운운하며 혈세 퍼붓기에 여념이 없다. 이쯤 되면 비리를 알고도 묵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전전임 남상태 사장과 전임 고재호 사장, 현 경영진까지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부정 청탁과 횡령·배임이 일상화한 대우조선은 온갖 비리의 온상임이 자명하다. 이런 회사에 아무리 많은 돈을 퍼부은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것이다. 이런 대우조선을 또 혈세를 퍼부어 살리겠다는 산업은행과 금융 당국이 과연 제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