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챌린저호 폭발 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주선 챌린저호의 공중폭발 원인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로키트 보조장치(부스터)의 이음새에 끼어 있는 합성고무 「O 링」(굴렁쇠 모양)이 추운 날씨 탓으로 줄어들어 그 틈새로 고온가스가 새어나와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 직속 「로저즈 조사위」가 추적, 분석해낸 원인이다. 관련 기술자들도 이 주장에 모두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미국의 신문, 잡지들은 이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주목하고 있다. 시비의 초점은 기술상의 결함 아닌 인재라는 것이다.
진상은 이렇다. 문제의 고체연료를 담는 보조장치를 만든 모턴타이오콜사의 기술진들은 하나같이 섭씨 영하 8도의 추위 속에서 챌린저호를 발사하는데 반대했다.
이미 기술실험에서 그런 문제들이 제기된 일도 있었다. 기술자들끼리는 이 사실을 전화로 토론까지 했다. 결론은 역시 「발사연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로키트모터 책임자 「A·맥도널드」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것(발사 여부)은 당연히 기술적인 결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결정되고 말았다』(10일자 타임지).
로저즈 조사위가 나중에 밝혀낸 사실은 그와 같은 기술적인 난점들이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고위 행정관들에겐 전혀 귀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술진과 행정관리진 사이에 의사 소통이 단절되어 있었다. 근착 타임지는 그것을 도식으로까지 설명했다. 왜 그랬는지는 앞으로 더 추궁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사람이 7명이나 타고 있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미국의 꿈과 미국의 위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우주선을 발사하면서, 그 뒤에선 이런 웃지 못할, 가장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을 수 없다.
결국 챌린저호는 폭발하고 말았다. 일각에는 바로 그날 저녁 8시 「레이건」 대통령의 일반교서 발표연설이 TV에 중계될 예정이었던 사실까지 들추어내고 있다.
챌린저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미국시민들이 흥분되어 있는 상태에서 「레이건」의 교서가 발표되었다면 극적인 효과는 만점이었을 것이다. 국립항공우주국(NASA)의 행정책임자들은 그런 계산을 하며 「고(발사) 신호」를 내렸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아무튼 충분한 의사 소통은 우주선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의 추진력은 결국 의사 소통에 의한 조화 속에서만 쾌적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물며 국사에선 더 말할 나위도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