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리우 올림픽, 남북한 포함한 대화합의 장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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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20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이 오늘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시설 미비 논란에다 지카 바이러스, 일부 선수 불참 및 약물 스캔들 등으로 이번 대회는 개막 전부터 탈이 많았다. 그럼에도 206개국에서 1만903명의 선수를 파견해 역대 최대의 지구촌 대축제가 열리게 됐다.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한국도 194명의 선수를 보내 금빛 사냥에 나섰다. 기쁘게도 5일 아침 우리 축구 대표팀은 피지를 8대 0으로 꺾으며 상쾌한 승전보를 보내 왔다. 다른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

그간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 스포츠 행사는 단순한 운동 시합 이상의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 1972년 미·중 국교 정상화도 1년 전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만난 양국 선수 간 우정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스포츠 교류는 국가 간 화해에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북한과도 마찬가지다.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사상 최초의 남북단일팀이 감격스러운 우승을 거둬 화해무드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 선수단 30여 명이 파견됐을 뿐 아니라 북한 내 실세인 최용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도 왔다. 그는 북핵 문제 등으로 자초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스포츠 외교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측 의도가 어떻든 이번 대회를 북한과의 불행한 대치 상황을 푸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비록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압박해야 할 처지지만 한편으로는 민간 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대화와 접촉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개방이 이뤄지고 북측 주민들도 외부 세계를 올바로 알게 될 것이다.

며칠 전에는 남북한 사격선수들이 과자를 나누는 장면이, 어제는 체조대표 선수들끼리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장면이 보도됐다. 다행히도 서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양이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스포츠로 대화합을 이루자는 게 올림픽의 근본 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