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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vs 기무라…4년만에 리우서 숙명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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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

김연경(28·페네르바체)은 경기 뒤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 참았다. 절정의 기량을 뽐낸 끝에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에 올랐지만 정작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졌기 때문이다.

반면 네트 건너편 일본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중심에는 기무라 사오리(30·도레이)가 있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김연경과 기무라는 리우에서 또다시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6일 밤 9시30분 열리는 리우 올림픽 A조 예선 1차전이 그 무대다.

4년이 지나는 동안 김연경은 '월드 클래스'로 자리잡았다. 공격이면 공격, 리시브면 리시브, 서브까지 못하는 게 없으니 '배구 여제' 로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 세계 최고 여자선수들이 모이는 터키리그에서 리그와 컵 대회는 물론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CEV컵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MVP도 한 차례씩 차지했다. 배구 전문 웹사이트 '월드 오브 발리'는 '2016~2017시즌 남녀 배구 선수 중 김연경이 최고 연봉(약 15억원)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반면 김연경보다 두 살이 많은 기무라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야 했다. 기무라는 김연경처럼 공수를 겸비한 선수다. 런던 올림픽에선 득점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터키 진출 이후 기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바키방크 입단 초기에는 큰 관심을 받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김연경이 이끄는 페네르바체와 경기에서는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김연경의 활약을 지켜만 보기도 했다. 팀을 옮기고, 배구선수 출신 남자친구가 터키로 넘어가 연습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기무라는 결국 2014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라이벌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두 선수가 팀의 중추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김연경은 기량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3일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허리가 좋지 않아 결장했지만 후배들을 격려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후배들도 김연경을 따른다. 일본 주장인 기무라는 수비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5월 올림픽 예선에서 오른 새끼손가락을 다쳤지만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기무라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전력은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다. 세계랭킹은 일본이 5위, 한국이 9위다. 최근 5년간 상대전적도 한국이 4승11패로 열세다. 특히 일본이 1진급 선수들을 내세운 큰 경기에서 한국은 번번이 졌다. 일본은 김연경과 같은 특급 선수는 없지만 선수 전원이 고른 기량을 갖췄다. 전력 분석원이 5명이나 될 정도로 후방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국은 지난 5월 적지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3-1로 승리했다. 리우에서 치른 이탈리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1승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연경의 뒤를 받칠 양효진(27·현대건설)·박정아(23)·김희진(25·이상 IBK기업은행)의 컨디션도 좋아 해볼 만하다.

1차전이지만 두 팀의 분위기는 '사생결단'에 가깝다. 함께 A조에 편성된 브라질의 전력이 탄탄해 한국과 일본·러시아가 2위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조 2위 이내에 들어야 8강에서 우승후보로 평가되는 미국과 중국을 피할 수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선 일본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이정철 감독은 "일본에게 지면 남은 일정이 너무 힘들어진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리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제공=국제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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