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이 경쟁력이다] 청도군 '쟁반 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감 와인을 개발한 경북 청도군 봉기리 청도와인(주)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숙성중인 와인의 맛과 당도를 검사 하고 있다.조문규 기자

‘청도 반시(盤枾)’. 경북 청도군에서 자라는 감을 일컫는 말이다. 납작한 모양이 쟁반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씨가 없는 감으로 유명한 청도 반시가 요즘 이 지역 농민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스 홍시’‘감 와인’‘감 말랭이’등 가공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도 감이 봄·여름에도 맛볼 수 있는 사계절 식품으로 변신하면서 농업에서 산업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 각광받는 감 가공제품=20일 오전 청도군 풍각면 봉기리 청도와인㈜ 연구실. 하상오(45) 대표와 직원들이 40여개의 발효 병에 든 감 와인의 맛을 보며 숙성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어 공장을 돌며 20여개의 숙성 탱크에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점검했다.

식품회사를 경영하던 하 대표는 2003년 감 와인 개발에 성공,지난해 가을 제조설비를 갖추고 반시 250t을 사들여 숙성중이다. 탱크에서 숙성중인 감 즙은 160㎘로 750㎖ 들이 21만3300병 분량이다. 하 대표는 "올해 우선 10만병을 판매해 22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아이스 홍시'(얼린 홍시)를 개발해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청도읍 월곡리 경청농산 작업장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작업장에는 10명의 직원이 냉동창고에서 꺼낸 감을 씻느라 분주했다. 씻은 감은 껍질을 벗기고 플라스틱 컵에 하나씩 넣어 포장하는 작업이다. 아이스 홍시는 서울.대구.부산 등 전국의 140여 개 초.중.고교에 학교급식 후식용으로 납품된다. 경청농산은 아이스 홍시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가을 500t의 감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8월까지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 아이스 홍시를 판매한다. 1996년 9월 문을 연 이 업체는 이듬해 매출액이 2억4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목표는 20억원이다. 감 말랭이도 이 지역의 독특한 제품이다. 감 껍질을 깎은 뒤 네 조각을 내 곶감처럼 만든 것이다. 꼭지가 없고 크기가 작아 먹기에 좋다. 2001년 14가구의 감 재배 농민이 6000만원을 벌었으나 지난해에는 99가구가 200t의 말랭이를 생산해 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200가구가 6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군은 전망했다. 이밖에 감식초.감 한과.감잎차.감 선식.감물염색 등을 통해 청도 반시를 산업화하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다.

◆ '씨 없는 감'에서 얻은 아이디어=씨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감 산업을 일으킨 계기가 됐다. 감의 가공에는 씨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제거하는 작업이 복잡하고 먹기에도 거추장스럽다. 청도 반시는 씨가 없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스 홍시와 감 말랭이를 여름철에도 맛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스 홍시는 경청농산의 이해두(49) 대표가 만들었다. 영양가가 많은 홍시를 봄이나 여름에도 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냉동 포장기법을 고안했다. 얼린 홍시를 물에 씻으면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것도 제품화에 도움이 됐다. 감 말랭이는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와 농민들이 힘을 합쳐 개발했다. 감을 잘못 건조하면 홍시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떫은 맛이 남아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농업기술센터의 연구팀과 농민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쫀득쫀득하고 떫은 맛이 없는 감 말랭이를 만들 수 있는 최적 온도와 습도를 찾아냈다. 감 와인도 마찬가지다. 불순물인 감씨가 있으면 와인이 제대로 숙성되지 않고 맛과 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 활기 찾은 감 재배농=청도군의 5092 농가가 지난해 1611㏊에서 2만4500t의 청도 반시를 생산해 23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청도군은 청도 반시의 품질 개량과 병충해 방제 등 교육을 강화하고 품질 좋은 감을 생산하기 위한 우량 묘목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보다 경작면적은 17.4%, 생산액은 11.5% 증가했다. 재배 농가의 가구당 평균 소득도 2000년 3800여만원에서 지난해 4500여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감 재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수확철 감 가공용으로 홍시가 비축되면서 홍수 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 현상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감 재배 농민 모임인 청도군 감 연구회의 박순도(56) 회장은 "감 가공업체들이 수매를 하면 가격이 10~15% 정도 오른다"며 "청도 반시와 가공 식품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품질 좋은 감을 생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도=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