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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백화점숍, SM 레스토랑…무대 밖 영토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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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YG 엔터테인먼트가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서울 명동 영플라자 1층에 아이돌 ‘구즈(Goods·상품)’ 전문 매장을 12일 첫 오픈한다. 약 33㎡ 규모로 YG가 상품을 제공하고, 롯데백화점이 대행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빅뱅 등 YG 소속 가수들의 캐릭터가 들어간 인형·옷·목걸이·향초 등 제품군이 100여 개가 넘을 예정이다.

빅뱅 야광봉만 180억 매출
YG, 12일 명동 롯데에 매장
SM은 연내 도쿄·LA에 식당
패션·뷰티까지…한류의 진화

YG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온라인숍에서 아티스트 ‘구즈’를 주로 팔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내게 됐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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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의 화장품 브랜드 ‘문샷’의 서울 삼청동 매장의 모습. 빅뱅의 멤버지드래곤이 광고 모델이다. [사진 김상선 기자]

YG의 ‘구즈’ 전문 매장은 롯데백화점의 적극적인 구애로 성사됐다. 2012년부터 명동 영플라자 2층 편집숍 한편에서 YG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소규모로 팔기 시작했는데, 올 들어 갑자기 매출이 다섯 배 가까이 올랐다. 2006년 데뷔한 그룹 빅뱅의 데뷔 10주년 이벤트와 겹친 현상이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 관광객에게서 거뒀다. 빅뱅을 필두로 한 YG 뮤지션의 글로벌 팬층이 두터워질수록 ‘구즈’의 매출 파워가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빅뱅의 공식 응원 도구인 야광봉(1만8000원)의 경우 100만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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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향후 YG 측과 상의해 서울 외 지역에 매장을 내거나 콘텐트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며 “구즈 단독 매장으로 새로운 시도인 만큼 매장 명칭을 정하는 데 YG 쪽에서 계속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진화하고 있다. 매니지먼트 및 음반산업으로 출발한 기획사들이 최근 들어 요식업 및 의류·뷰티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양대 산맥 격인 YG와 SM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블랙홀처럼 범 문화 산업계를 흡수하고 있다. YG가 2014년 제일모직과 합작해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한 것이 기점이다. 같은 해 화장품 ‘문샷’도 선보였다.

SM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에 외식·뷰티·구즈숍 등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코엑스아티움’을 열면서 다각화의 길로 본격 들어섰다.

“아이돌에 기댄 산업, 제품이 좋아야 지속 가능”

올 3월 이마트와 협업해 자체브랜드(PL)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엑소 손짜장’ ‘샤이니 탄산수’ ‘동방신기 초콜릿’처럼 이마트의 PL 제품에 소속 아이돌의 이름을 붙여 판다. PL 제품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이돌의 이미지가 더해져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청담동 SM 사옥 지하에 올 초 문을 연 편의점 ‘SUM(섬) 마켓’ 역시 반년도 안 돼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요식업의 경우 국내에 먼저 레스토랑을 열고 이후 비슷한 콘셉트로 해외 공략에 나서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SM은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에 타파스(스페인 전채요리) 레스토랑 ‘SMT 서울’을 열었고 연내 일본 ‘SMT 도쿄(TOKYO)’, 미국 ‘SMT 엘에이(LA)’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YG 역시 지난 4월 명동과 여의도 IFC몰에 복합 외식 브랜드 ‘YG 리퍼블리크’를 선보였다. 카페·펍·고깃집이 한데 뭉친 복합 음식점이다. SM과 마찬가지로 연내 미국 LA와 태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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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처럼 연예기획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선 데는 디지털 시대 음악산업 자체의 한계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우리 해외 음악 시장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갔고, 빌보드 차트 진출과 같은 음악 자체의 성과보다 아이돌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사업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 자칫 아이돌 이미지를 소진시켜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사업들이 아직 뚜렷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한류의 진화와 함께 연예기획사들이 성장하려면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처음에는 아이돌이 좋아서 제품이 판매됐지만 나중에는 제품이 좋아서 판매돼야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한은화·민경원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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