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831명 청년수당 지급…복지부는 시정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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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左), 정진엽 장관(右)

구직 중인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씩 주는 ‘청년활동 지원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울시가 3일 청년활동 수당 수령 대상자 3000명을 선정하고 그중 청년활동 수당 약정에 동의한 2831명의 계좌에 활동 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하면서다.

구직 지원금 월 50만원 지급 시작
복지부 “시정 안 하면 취소 처분”
시 “절박한 청년 문제 해법 왜 막나”

복지부는 이날 서울시의 청년활동 지원이 현행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또 서울시에 청년 수당 대상자 결정 처분을 즉시 취소하고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취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서울시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시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절박한 청년의 문제를 여야 없이, 중앙과 지방 구분 없이 함께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들과 함께 만든 새 정책을 시도조차 못하게 차단하는 게 청년을 위한 해법이냐”고 따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청년활동 지원사업 신청자를 받아 지원 동기와 활동 목표 등을 평가했다. 여기에 가구 소득, 취업 기간, 부양가족 수를 고려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원서에는 장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겼다.

지원 대상자 중 이모(28·서울 동대문구)씨는 제대한 뒤 1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어머니는 병을 앓고 있고 동생도 실업자 신세라 지난 1년6개월 동안 가족 전체에게 수입이 없었다. 전 기획관은 “이런 청년들을 돕는 일을 왜 중앙정부가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 수당이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시행하기 전에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조정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고, 협의 기준에 맞지 않아 ‘부동의’했는데도 이를 추진한 것 역시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6개월간 복지부와 청년활동 수당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는 합의나 승인을 뜻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복지부가 정면충돌함에 따라 이미 청년들에게 지급된 활동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이 돈이 청년들에게 주어진 ‘부당 이익’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청년들에게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에 지급된 돈을 환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서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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