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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차량에 형제 잃은 환경미화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주운전 차량에 동생을 잃은 환경미화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환경미화원인 김모(56) 씨는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동생(49)을 잃었다. 김씨는 당시 동생과 함께 2인 1조로 쓰레기 수거 작업 중 음주 운전 사고를 당했다. 형 김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동생은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숨진 동생에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도록 추천한 것은 형 김씨였다. 형 김씨는 1994년부터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했고 동생은 2007년부터 함께 일을 시작했다. 정육점 일을 하던 둘째 동생도 2011년부터 자신의 업체에서 함께 일하며 삼 형제가 나란히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둘째 동생마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동생을 잃은 사고 현장을 거의 매일 찾는다고 했다.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씨는 지금도 동생이 숨진 그곳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한다. 그는 작업 중 뒤에서 차량 소리만 들어도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곤 한다.

사고후 9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보상금은 가해자와의 합의금이 전부다.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사와 산업재해 피해 보상을 논의 중이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더디기만 하다.

사고로 동생이 목숨을 잃었지만 가해자는 합의 등의 이유로 구금 2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사고 직후 2개월 이상 구금 생활을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가진 점, 유족 등과 합의한 점을 고려한 양형이었다.

김 씨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가장을 음주 사고로 잃고 나면 말 그대로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덜컥 합의하는 예도 왕왕 있다”며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음주 운전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사회적 병폐”라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환경미화원들은 주로 새벽에 일해서 불의의 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월 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내 환경미화원 형제를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은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 치사상)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허모(28)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허씨는 지난해 11월 9일 오전 2시 50분께 강원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폐기물 수거·운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김모(49)씨가 숨지고, 김씨의 형(50)은 크게 다쳤다. 김씨 형제는 2인 1조로, 형은 1t짜리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트럭을 몰고 동생은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7%의 만취상태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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