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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김수남의 검찰 개혁이 신뢰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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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일훈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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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사회2부 기자

1일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하는 검찰 간부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특히 검찰 개혁안 마련에 중심 역할을 하는 대검 기획조정부(7층) 사무실에선 대검 연구관들이 하루 종일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지난달 29일 ‘진경준 검사장 주식 대박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 방안 추진 방침을 밝혔다. 고검장급 간부를 여럿 동원해 ‘검찰개혁 추진단’을 꾸렸다.

앞서 김 총장은 같은 달 18일 소집한 전국고검장회의에선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잊혀질 만하면 검사 비리가 터졌고, 그때마다 검찰총장은 사과와 함께 개혁안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을 확 바꾸겠다”면서 개혁안으로 ▶향응을 받은 검사·수사관 형사처벌 추진 ▶기소대배심 제도 도입 등을 내놨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에 실패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후 상황도 비슷했다. 2012년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으로 떠들썩해지자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찰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감찰기구 확대 개편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진경준 검사장 비리’ 사건에서 보듯, 검찰 내 감찰 기능은 유명무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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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스폰서 검사 때는 평검사가 법정에 섰다. 2012년 부장검사급인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가 구속되더니 올해는 검사장으로 ‘계급’이 계속 높아진 형국이다. 한 고검장급 변호사는 기자에게 “어쩌다 보니 검사장이 포승줄에 묶여 재판을 받는 지경까지 왔다”며 “이런 식이라면 다음엔 현직 고검장급에서 비리가 안 나오리라는 법도 없다”고 혀를 찼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 비리가 터질 때마다 내놓을 대안은 다 내놨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특히 현재 검찰 조직의 대안으로 ‘공직비리수사처’ 신설을 다시 꺼내 들 만큼 여야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다.

지금 김 총장이 해야 할 일은 ‘셀프 개혁’은 아닌 것 같다. 역발상으로 검찰에 비판적인 인사를 검찰개혁 추진단에 합류시켜 개혁안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또 수사권과 기소독점주의 등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다음은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제도는 바꿀 만큼 바꾸지 않았나. 지금은 검사들의 인성교육과 문제적 검사들을 걸러내는 시스템 마련에 집중할 때 같다.” 검사이기에 앞서 건전한 시민을 길러 내라는 고언으로 들렸다.

현일훈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