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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달려온 인천 철도, 시민안전은 ‘후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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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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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 9월 18일. 인천 제물포를 출발한 기차가 서울 노량진까지 33.2㎞를 달렸다. 한반도에 처음 건설된 경인철도였다. 당시 육로로 12시간 걸리던 거리를 1시간40분으로 단축했다.

그리고 117년 만에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지난 7월 30일 개통했다. 인천 서북쪽에서 남동쪽까지 48분 만에 이동할 수 있어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통 첫날 하루에만 여섯 차례나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작부터 근대 철도 출발지의 이미지를 구겼다. 이날 오전 10시27분쯤 서구청역과 가좌역까지 6개 정거장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모든 구간(29.1㎞, 27개 역사) 전동차 운행이 15분간 중단됐다. 어렵사리 운행을 재개했으나 다시 10분 만에 작동을 멈췄다. 이후에도 출력 이상과 신호장치의 통신장애로 네 차례나 더 멈춰섰다.

찜통더위에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문을 닫거나 탑승 중에 문이 닫히는 후진적 광경도 보였다. ‘무인 원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첨단 열차’라는 홍보가 낯뜨거운 순간이었다. 2호선 건설에 시비와 국비를 합쳐 2조2582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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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첫날(7월 30일) 크고 작은 사고로 여섯 차례 운행이 중단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 . [사진 인천시]

강지훈(39·인천시 서구 당하동)씨는 “기존 열차보다 작은 2량 1편성의 경전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공간이 좁게 느껴졌다. 오르막 구간을 지날 때는 나도 모르게 몸이 뒤로 쏠려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개통을 앞두고 40일간 시운전을 하면서 사고에 대비했다던 인천교통공사 측은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탑승하면서 전력 과부하와 통신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통공사는 당초 하루 평균 최다 이용객 수를 10만8000명으로 예상했는데 개통 첫날 하루에만 10만5639명(97.5%)이 몰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사 측은 “전력을 1800wh로 상향 조정하고 통신장애 문제도 부품 교체 등으로 잡아내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안전을 자신했다.

개통 첫날부터 부품을 교체했다면 불량 부품을 썼다는 이야기인가. 공교롭게도 인천교통공사는 이광호 사장직무대행 체제다. 앞서 이모 사장이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자신의 조카를 입사시켜 논란이 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개통 전부터 이 조직에 뭔가 나사가 빠져 있었다는 얘기다.

말로만 “안전하다”고 떠드는 인천교통공사가 시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싶다. 후진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300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감사원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