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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발레파킹 이용해 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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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함종선 기자 중앙일보 건설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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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사회1부 기자

공항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인천공항 주차장에서 30분을 돌고 있는데도 빈자리를 못 찾겠다고 하소연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요즘 인천공항에 가보면 주차대란이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주차하기가 힘들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에 피치 못해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가 직접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갔다. 주차장에 빈 공간이 없어 자가 주차는 포기하고 대신 발레파킹(주차대행)을 이용하기로 했다. 3층 출국장에 들어서니 하이패스 전용차로처럼 도로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주차대행 전용차로’가 나온다. 전용차로는 단기주차장 1층에 마련된 공식 주차대행 접수장으로 연결된다. 차를 찾을 때는 지하주차장 3층으로 내려가 키를 받고 주차된 구역으로 가 직접 차를 운전하면 된다고 주차대행 직원은 설명했다. 지하 3층에서 키를 받은 이용객 중 한 명은 “주차장에서 차를 맡기고 찾는 게 무슨 발레파킹이냐”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공식 주차대행 업체는 이용객의 차 인도 장소를 3층 출국장에서 1층 주차장으로 옮겼다. 인천공항 측은 주차대행 때문에 출국장 입구부터 차량 정체가 심해 옮겼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내 정해진 곳에서 차를 인도받으면 이전에 비해 주차대행 요원들의 수고가 훨씬 덜할 듯한데, 주차대행 수수료는 전과 다름없이 1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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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공식 업체가 차량을 인도받던 3층 출국장에는 사설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공식 업체가 입던 오렌지색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했다. 요즘 인천공항 주변에는 70여 개의 사설 주차대행 업체들이 하루 500대가량의 차를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차대행 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고 주차료만 받는다. 고객과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차를 주고받고 세차 서비스 등을 해주는 업체도 있다. 그렇다면 사설을 이용하면 되나. 차량 파손이나 주차위반 과태료 등 사설 업체 관련 피해 사례가 여전한 걸 보면 선뜻 사설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올 상반기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2732만여 명으로 5년 전(1639만여 명)보다 66% 늘었다. 공식 주차대행 업체의 일일 처리 건수는 2013년 693대에서 올해 1124대로 61%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인천공항은 지난해 8월 28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타워를 만든 게 전부다. 이러니 주차난이 해결될 기미조차 없다. 그런데도 무늬만 발레파킹을 하는 공식 주차대행을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에서 11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인천공항의 자랑이 무색하다. 적어도 주차 문제와 관련해선 그렇다.

함종선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