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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 다시 '두자릿수'…회복기대 찬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다시 ‘두자릿수대’로 확대됐다. 정부는 8월 이후엔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10.2% 줄며 19개월째 뒷걸음질쳤다. 전년 동월대비 수출 감소율은 지난 4월 -11.1%를 기록한 이후 5월 -5.9%, 6월 -2.7%로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었지만 7월 들어 주춤했다.

정부는 ‘일시적 요인’에서 이유를 찾았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조업일수가 1.5일 줄어들고 선박 인도 물량이 감소하면서 감소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수출 감소율은 -1.6%에 그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올 들어선 감소폭이 가장 작다.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꺾인 건 아니라고 판단한 정부는 이달에 수출 감소 행진이 멈출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8월 이후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반전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거라는 게 주된 근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3분기 세계교역물량성장률이 전년대비 3.4%를 기록해 1분기(-0.2%)와 2분기 (3.0%)보다 개선될 걸로 예상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나 철강 같은 주요 수출 품목의 단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8월 조업일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일 많다.

하지만 수출 회복을 장담하기에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사정이 녹록지 않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3.1%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비관세 장벽 강화 가능성 등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사드 배치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변수”라며 “그 영향이 올 3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수출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원화 강세도 수출에는 부담이 된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월에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21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20억 달러를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6월 상품 수출이 7.4% 줄었지만 수입(-10.4%)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며 흑자폭을 키웠다. 이 때문에 불황형 흑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등으로 달러 당 원화가치가 1000원대에 들어서면 수출엔 큰 악재가 된다”며 “내수 진작을 통해 수입량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수출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수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해외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유가도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범용 제품 위주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수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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