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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은행원들 울린 ‘저녁 없는 삶’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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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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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지음, 문학세계사
224쪽, 1만2000원

누구보다 왕성하게 강연·저술을 하는 시인 장석주(61)씨의 산문집이다. 여기저기 잘 팔려 다닌다는 건 그만큼 세상의 가려운 곳을 잘 짚는다는 뜻. 이번에는 책 제목대로 적게 먹고 적게 쓰는 단순한 삶에 주목했다. 문명사적으로 각종 사물이나 인간 조직이나 작은 게 더 아름답고 쓸모 있다고 여겨지는 다운사이징 시대라는 판단에서다. ‘생태 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소박한 삶을 권하는, 이 분야의 경쟁 서적은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장씨의 강점은 시인 특유의 연금술적인 소화력이다. 한 시중은행의 간부급 사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저녁이 없는 그들의 삶을 신랄하게 펼쳐보였더니 감정이 메마른 줄만 알았던 그들 중 몇몇이 울음을 터뜨리더라는 ‘충격적인’ 일화로 시작한다. 이 방면의 선구자격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헬렌 니어링, 장자 같은 사상가, 자신의 시까지 동원해 ‘일요일이 좋아’ ‘고독 사용법’ 같은 제목의 산문을 실 잣듯 뽑아낸다.

비우고 내려놓자는 메시지는 언제나 통한다. 특히 ‘식욕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 ‘저녁이 있는 삶은 내 안의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 같은 문장은 마음을 건드린다. 무엇보다 장씨의 실제 삶이 인상적이다. 가령 그는 아침 식사로 곶감 하나, 사과 한 알, 두유 한 잔을 먹는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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