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한국형 그랑제꼴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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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프랑스 장관에 오른 플뢰르 펠르랭(김종숙) 전 문화부 장관은 학창시절 알아주는 수재였다. 정치가가 꿈이었던 펠르랭은 프랑스 대학입학 자격인 바깔로레아를 16세에 취득하고 파리정치학교에 입학했다.

정치분야 최고의 명문대학인 파리정치학교는 대표적인 그랑제꼴(Grandes Ecoles)이다. 그랑제꼴은 학부와 전문대학원이 통합된 과정으로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특화돼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 대부분의 프랑스 유명 정치인은 파리정치학교를 나왔다.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형 그랑제꼴을 볼 수 있게 된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학원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2017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에 학부와 석사가 통합된 과정(5년)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엔 학부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원에 따로 진학을 해야 했다면 내년부터는 전문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을 전제로 학부에 입학할 수 있다.

또 현재는 교육부 심사를 통과해야만 전문대학원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각 대학이 대학원 정원 내에서 자유롭게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다. 다만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학·의학·치의학·한의학 전문대학원은 제외다.

이번에 발표된 학부·전문대학원 통합과정은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프랑스의 그랑제꼴과 같은 모형이다. 프랑스에선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그랑제꼴에 진학한다. 보통 교사·교수가 되기 위해선 고등사범학교를, 고위 공무원이 되기 위해선 국립행정학교에 들어간다. 프랑스 그랑제꼴의 특징은 학부(3년)와 석사과정(2년)이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학부에서부터 석사 학위 취득을 목표로 수준 높은 강의를 듣고 다양한 실습을 통해 실무 감각을 익힌다.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수준 높은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현장 전문가 양성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대학원에선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에서 상위대학으로 인정받은 곳은 학부와 석사 정원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재 1.5대 1인 학부대 석사 비율을 상위권 대학에 한해 1대 1로 완화한다. 학사와 석사 정원을 줄이고 박사 정원을 늘릴 수 있다. 현재는 학부·석사 정원을 박사 정원으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하위대학은 학부대 석사 비율을 2대 1로 현재보다 더욱 강화한다.

내년부터는 또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4년제 대학의 대학원과정으로 확대해 국제화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외국의 선진 대학과 공동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공동·복수 학위를 수여하는 다양한 제도적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대학원을 재구조화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은 해외로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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