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저출산, 이대로 가면 국가 생존 자체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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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왼쪽 둘째)는 27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워킹맘들과 만나 저출산 대책과 관련, “아이 5명을 낳으면 일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도록 정부가 돈을 주면 된다”고 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7일 저출산 대책과 관련,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생존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한 카페에서 ‘워킹맘 도시락 간담회’를 열고 “정치권이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워킹맘 도시락 간담회 참석
“여성이 살기 편하게 해줘야”
당 차원 육아 대책 마련 약속

김 대표는 “제일 걱정스러운 게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을 회피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라며 “지난 5월 기준으로 혼인(2만5500건)과 신생아 수(3만4400명)가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프랑스가 출산율 최저국가였는데 4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출산율이) 가장 높아졌다. 아이 다섯을 낳으면 부모가 일을 안 해도 정부가 지원해 주는 돈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며 “출산율 장려를 위해선 여성들이 사는 데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육아시설이니 뭐니 해도 제일 힘든 것은 돈이 많이 드니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려면 정책과 제도적인 배려를 통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주로 김 대표가 아이를 둔 직장 여성들의 고충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매달 이어 오고 있는 김 대표의 현장 행보의 일환이다. 간담회에는 아이를 둔 대학병원 간호사, 은행원, 공기업 직원 등 직장 여성 7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육아에 대해 “직장어린이집은 있어도 규모가 적거나 거리가 멀어서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지역사회에서 직장 여성을 전용으로 하는 어린이집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육아휴직을 쓰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에서 눈치가 보인다. 남자들은 육아휴직을 쓰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어린이집도 못 가는 어린 아기들은 도우미를 고용해야 하는데, 월 180만~200만원이 들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건의 사항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이런 내용이 국회에 많이 알려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이) 사안의 긴박성을 느낀다”며 “여성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단부터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당 차원의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김 대표는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걸 주저했다”며 “여기 와서 적당히 (저출산·육아 정책을) 얘기해 놓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민주가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정책적으로 배려하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더민주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이 임대주택 등 공공시설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당내 ‘저출산 해소를 위한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위 정책협의’에서 “저출산·노령화가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장기적·안정적 재정 조달을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스스로가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인구 구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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