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레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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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레드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또 다시 빨간 옷을 입고 등장했다. 목을 가리는 차이나 칼라 재킷은 빨간색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다양한 원색 수트를 소화하기로 유명한 그가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의미 있는 자리에 레드를 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여성 정치인이 입은 옷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한 워싱턴포스트의 패션 저널리스트인 퓰리처상 수상자 로빈 기번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빨간색은 정치인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컬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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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오하이오주 프라이머리에 등장한 힐러리

힐러리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목걸이부터 구두까지 '올 레드'를 구사하는 강력한 스타일을 과감히 선보이거나, 빨간 재킷을 주 아이템을 활용하면서 검정 바지와 짝짓는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적절히 구사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힐러리가 중요한 순간마다 빨간 색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과거 의상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2008년 민주당 프라이머리 기간 중 레드 패션이 두드러졌다. 오하이오주와 펜실베니아주의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빨간 재킷을 택했고, 수퍼 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가진 라이브 방송 출연 당시에도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다. 199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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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미 국무부 연례보고서 발간을 발표하는 힐러리

힐러리는 ‘인권이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가 인권’이라는 여성 차별을 다룬 명연설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빨간색에 가까운 산호빛 재킷을 골랐다. 2009년 이화여대 강연, 2011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 연설, 같은해 미 국무부의 연례 보고서 '지구 안전을 향한 발걸음(To Walk The Earth in Safety)'을 발표할 때도 빨간 재킷이었다.

힐러리의 빨간 색 선택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끌어냈지만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 4월 뉴욕 경선 당시 무려 1만 2495달러(약 1458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명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고가 제품을 입어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도은 기자 lee.d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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