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마이너스 수출’ 구원 등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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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난로를 판매하고, 아프리카에서 스키를 팔던 종합상사가 다시 ‘수출 한국’을 이끌 핀치히터로 기용된다.

77년 100억불 수출 신화 첨병…정부, 7년 만에 부활
금리인하·감세 등 혜택, 8월 수출 플러스 반전 노려
“강소기업 육성 등 긴 안목보다 수치만 급급” 지적도

1975년 처음 지정된 이래 종합상사는 한국을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95년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도 종합상사가 선두에 섰다.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 수출입 대행 시 영업세(부가가치세와 소득세에 포함) 3.5%를 감면해 주었고, 수출입은행에서 대출 금리도 우대해 주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무역 환경이 종합상사를 거치지 않고 기업의 직접 수출 중심으로 바뀌면서 종합상사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정부는 2009년 종합상사 지정제를 폐지해 종합상사에 주던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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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종합상사를 다시 수출 전선으로 불러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열고 발표한 수출 활성화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무역상사를 활용하겠다는 배경에는 “마른 수건까지 짜보자”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먼저 현재의 ‘전문무역상사’를 종합무역상사·중견무역상사·중소무역상사로 세분하기로 했다. 종합상사의 부활이다. 종합상사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대행하면 대출 금리와 보증료율을 인하해 주고, 수출입은행의 수출촉진자금도 지원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역상사가 수출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예컨대 화장품 중소기업에 투자해 중국에 진출하면 세금을 공제해 주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이번 대책의 제목을 ‘수출 감소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총력 대응’이라고 지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날 “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을 수출 실적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본다. 지난해 8월 수출액은 391억 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수출은 전년 대비로 9.9%나 줄었다. 7월은 전년보다 조업일수가 1.5일 줄었고, 현대자동차 파업까지 겹치면서 수출 감소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월에는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는 데다 기저효과까지 겹쳐 수출 감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외 여건을 감안하면 8월 수출 전망도 녹록지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잠시 주춤했던 저유가가 지속되고, 휴대전화 수출마저 5월부터 20% 이상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은 궁여지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고 단기 수치에만 매달리는 정부 정책은 효과가 없다”며 “중소기업 기술력을 높여 독일·스위스의 강소기업 수준까지 올릴 중장기 대책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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