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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특파원, 현장을 가다] 전국위 간부들 ‘힐러리 편들기’ 드러나…샌더스 측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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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농구 경기장 ‘웰스파고 센터’.

대선 후보 선출 관리하는 중립기구
위키리크스, 간부 7명 e메일 폭로
당초 예상됐던 화합전대 물건너가
트럼프도 “샌더스 파괴 계획” 조롱
힐러리는 케인과 플로리다 유세
“각계 각층 포용해 대선에서 승리”

“문 열어.” “수퍼 대의원은 더 이상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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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과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 팬서아레나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25~28일 전당대회에서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다. [마이애미 AP=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축제를 이틀 앞두고 거친 고함이 튀어나왔다. 향후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방법을 정하는 규칙위원회가 열리고 있던 방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거칠게 항의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막아 섰다. 그러자 회의장 내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너희들이 당을 망치고 있다”고 구호를 외쳤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각 주 경선에선 거의 대등하게 맞섰지만 경선 결과와는 관계없이 투표권을 갖는 수퍼대의원(하원의원과 전국위원회 멤버)이 클린턴 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여론 왜곡이 발생했다고 주장해 왔다. 수퍼대의원 중 93%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날 회의에서 샌더스 측은 ‘절반의 승리’를 얻어냈다. 수퍼대의원을 철폐하는 안은 부결됐지만 하원의원과 정당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 수퍼대의원(각 주의 당 간부)은 각 주의 경선 결과를 그대로 따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이날 폭로전문 매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간부 7명의 e메일 내용에도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 1월부터 올 5월까지 주고 받은 1만9252건의 e메일에는 “샌더스가 무신론자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 등 샌더스의 대선 캠페인을 방해하기 위한 제안들이 담겨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주최하고 당 후보들을 위한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DNC는 경선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당장 샌더스의 선대본부장인 제프 위버는 이날 “ 우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찬조 연설문을 표절이라 주장하며 설명을 요구했듯 민주당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 22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찬성표를 던졌던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데 대해서도 “확실히 문제 삼을 것”이라 벼르고 있다. 공화당과 달리 화합의 전당대회가 될 듯 했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 이틀 전 급격히 혼돈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트위터를 통해 “샌더스 파괴 계획이 공개됐다. 악랄하고 부정하다”고 비난했다. 필라델피아 경찰당국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시위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철통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행사장 앞 루스벨트 공원을 경계로 약 3m 높이의 철책을 치고 I-95 고속도로에서 행사장으로 빠지는 출구도 일부 폐쇄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날 경합주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러닝메이트 케인과 공동 유세에 나서며 “우리 두 가족이 갖고 있는 신념은 모든 방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봉사하라는 명령”이라며 각계 각층을 포용해 대선에서 승리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클린턴은 25~28일 전당대회의 컨셉트를 ‘together(함께)’로 잡았다. 샌더스와 미셸 오바마가 연사로 나서는 25일은 ‘함께 단합하기(United Together)’, 남편 빌 클린턴과 여성단체 멤버들이 나서는 26일은 ‘자녀와 가족을 위해 싸워 온 일생’,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등장하는 27일은 ‘함께 일하기(Working Together)’, 딸 첼시의 찬조 연설과 클린턴의 후보 수락 연설이 있는 28일은 ‘함께 하면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로 구성했다.

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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