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름다운 가게] 생계 막막 이웃에 '희망배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 강남구 수서동 임대아파트에 사는 예슬이네 집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퍼졌다.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윌리엄 증후군과 위에서 음식물이 역류하는 휘귀질환을 앓는 예슬(8.정신지체1급)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오빠(15). 이들 남매를 간호하느라 엄마도 일을 나가지 못해 국가보조금 70여만원으로 살아가던 가족에게 아름다운 가게에서 치료비와 생활비로 1백만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튜브를 배에 꽂아 음식물을 공급받는 예슬이는 한달 치료비만 80여만원이 든다. 예슬이 어머니(53)는 "신용카드를 돌려 막거나 빚을 얻어 생활을 꾸려왔는데, 오랜만에 손에 쥔 현금으로 우선 빚부터 갚아겠다"며 "주위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가 올 들어 매장에서 재활용품을 팔아 모은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편부모가정.장애인.독거노인.외국인 근로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지난 15일 열린 수익금 전달식인 '희망 나누기' 행사에서 아름다운 가게의 올해 매출액 4억5천여만원의 10%인 4천5백만원이 치료비.학비.생활비 등으로 건네졌다. 이날 수혜자는 개인 41명과 운영비 등을 지원받은 단체 네곳.

수익금은 안국점.삼선교점.독립문점 등 매장 세곳에 1천만원씩 분배돼 해당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단체에 지원됐다. 아름다운 가게 본부에는 도움이 필요한 전국을 대상으로, 1천5백만원이 배정됐다.

지역의 동장.구청 사회복지 담당자.학교장.종교단체장과 아름다운 가게 명예점장.자원활동가.기증자 등으로 구성된 매장별 수익배분위원회는 지난달 두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안국점 12명▶삼선교점 7명과 단체 두곳▶독립문점 12명을 수혜자로 선정했다.

삼선교점을 통해 생활비 1백만원을 지원받은 상근(10.서울 성북구 성북동)이는 돌 때 부모가 이혼해 집을 나가 할아버지.할머니와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할머니 장모(70)씨는 "몸이 아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계가 막막하다"며 "모처럼 상근이가 먹고 싶어 하던 것을 한번 배불리 먹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름다운 가게 본부는 전국에서 인터넷과 우편으로 접수된 34건의 사연을 접수받아 울산.대구.부천.동두천 등에 사는 개인 10명과 단체 두곳을 수혜자로 선정했다.

지난달 벼룩시장을 함께 열었던 부천시의 추천으로 소년소녀가장 정모(16.부천시 소사구 심곡본1동)양과 김모(15.부천시 오정구 원종2동)군도 생활비 1백만원씩을 지원받았다. 또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와 양말공장.사출공장 등에서 일하다 지난 3월 심장병에 걸린 아이카(31.여)에게 수술비 중 일부인 1백20여만원을 지원했다.

가게는 지난달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당뇨병과 뇌에 물이 차는 병으로 대구 영남대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오상훈(69.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에게 치료비로 1백70여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병원 앞마당에서 공동으로 연 벼룩시장의 수익금 2백20여만원 중 일부를 병원 측의 요청으로 지원한 것이다.

이 밖에 2세부터 70대까지 정신지체인 19여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 사노동 '한나의 집'과 기지촌 여성들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의 '새움터',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 성북구 석관1동의 '마이러 하우스'와 가정이 파괴돼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성북구 정릉동 '은총의 집' 등 단체 네곳에 모두 6백만원을 지원했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