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부산행' 곽태용 특수분장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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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곡성’과 ‘부산행’ 좀비의 차별점은.
“‘곡성’이 두드러기가 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좀비의 거친 피부 질감을 중시했다면, ‘부산행’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직후의 상황을 그리잖나. 연 감독의 요청대로 과한 수위의 좀비보다는 정체 모를 뭔가에 감염된 환자나 정신이상자의 멍한 눈빛을 살리기로 했다. 종종 특수분장용 렌즈를 의뢰했던 단골 업체에서 컬러 렌즈를 특수 제작했다. 색감과 시야 확보, 착용감 따위의 문제로 수차례 샘플링을 거쳤다.”

6시간 만에 좀비 100명 만든 비결, 공장식 분업

- 좀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잘 살려 냈는데.
“주요 감염자 배역은 캐스팅 단계에서 특이한 외모의 배우를 많이 찾았다. 치아가 돌출된 배우에겐 인공 치아를 덧끼우는 등 출연자의 얼굴 특성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피부색은 붉은 피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청록색·황갈색을 에어브러시로 분무하거나 손으로 튀겨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친 느낌을 냈다. 주요 감염자 분장에만 각 40분 정도가 걸렸다.”


- 촬영마다 감염자가 최소 스무 명 이상 출연했다.

분장 시간을 어떻게 단축했나. “특수분장팀 13~14명이 색상별 혈관, 피부 표현 등 각자 한 파트씩 맡아 공장식으로 작업했다. 팀 전원을 쭉 거치면 감염자 한 명이 완성되도록 말이다. 촬영 두어 달 전부터 하루에 이면지 100장씩 혈관 그리는 연습을 해 가며 작업 속도를 높였다. 부은 코, 물린 상처 등의 보철은 미리 다양하게 만들어 감염 정도에 맞게 즉흥적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감염자 100명을 한꺼번에 출연시켜야 했던 날도 촬영 당일 새벽 1시에 분장을 시작해 촬영을 시작하는 오전 7시에 맞춰 모두 분장을 마쳤다.”


- 특수 소품 제작도 담당했다고. 

“안전을 위해 극 중 야구 배트와 열차 좌석 팔걸이, LCD 모니터 등을 모두 딱딱하지 않은 소재로 만들었다. 액션이 펼쳐지는 철길도 말랑말랑한 가짜 자갈이 붙은 특수 매트로 바닥을 깔았다. 감염자들이 떼로 창문을 깨며 뛰어내리거나, 겹겹이 쌓이는 위험한 장면은 더미로 먼저 표현한 후에 연기자가 디테일한 동작을 선보였다. 더미를 최대 60구까지 썼다.”

- ‘부산행’이 갖는 의미라면.
“어떤 영화든 작품 전체가 잘 어우러져 칭찬받을 때가 가장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행’은 보람이 컸다. 무술부터 안무·시각 효과 등 대다수가 수십 편씩 작품을 함께한 베테랑이어서 손발이 잘 맞았고, 연 감독의 명확한 연출 덕에 순발력 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기대감이 컸던 영화다. 그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 곽태용 특수분장감독은?
2003년 설립된 특수분장 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 공동 대표. ‘괴물’(2006, 봉준호 감독) ‘검은 사제들’(2015, 장재현 감독) ‘아가씨’(6월 1일 개봉, 박찬욱 감독) 등 한국영화 120여 편의 특수분장부터 ‘로봇, 소리’(1월 27일 개봉, 이호재 감독) 등의 로봇 제작까지 영역을 넓히며 활동 중이다. 현재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비롯, ‘군함도’(류승완 감독) ‘신과 함께’(김용화 감독) ‘마스터’(조의석 감독) 등을 작업하고 있다.

장성란·나원정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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