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정관 개정, 갈등 일단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 참사 다큐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의 갈등이 2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22일 열린 부산영화제 임시총회에선 부산시가 영화제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제도적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이 이뤄졌다. 영화제 주요 지원 기관에 재무 내역을 보고해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로써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21회 부산영화제가 본격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번 정관 개정안을 살펴보면, 우선 종전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이던 명칭이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로 바뀌었다. ‘조직위원장’은 ‘이사장’으로, ‘임원회’는 ‘이사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임원 수는 기존 최대 25인에서 20인 이내로 축소됐다. 올해 2월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조직위원장직을 사퇴, 민간에 이양키로 하면서 부산시장 및 부시장, 부산시 교육감 등이 맡던 당연직 임원 조항은 폐지됐다. 영화인의 참여가 배제됐던 기존 임원회와 달리,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엔 영화인이 대폭 합류한다. 부산지역 인사와 영화인이 각 9명씩 임명됐다.

집행위원장 선출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띈다. 조직위원장이 총회의 승인을 받아 위촉하던 종전 방식에서 총회 구성원이 선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초청작품 및 초청작가 선정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란 항목도 신설됐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영화제의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다. 영화제 측은 “이번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부산시가 과거처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올해 부산영화제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간 영화제가 갈등을 겪으며 상영작 수급과 스폰서 유치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올 초 서 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재위촉하지 않자, 영화계는 “부산시가 영화제에 부당한 간섭을 계속하면 올해 영화제를 보이콧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영화제 관계자는 “22일 임시총회 후 이사로 선출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과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등이 영화계와 협의에 나섰다”며 “올해 영화제는 정상적으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21회 부산영화제는 10월 6일 개최될 예정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