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완성차 중국 수출액 94% 급감…자동차 교역 첫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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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완성차의 대중국 수출이 중국산 완성차의 국내 수입에 처음 역전당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중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데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완성차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월 무역수지 170만달러 마이너스
현대차 현지 생산 비중 늘어나고
저가 중국산 빠르게 국내시장 잠식

21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완성차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17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5월 실적으론 첫 적자 반전이다.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는 1~5월 기준으로 2014년 6억5070만 달러에서 2015년 3억9800만 달러로 큰 폭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적자로 반전됐다.

월별로는 올해 1월 230만 달러 첫 적자를 기록했고 2~3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4월 또다시 440만 달러 적자가 나오면서 1~5월 합계도 마이너스가 나왔다. 대중 수출액이 1~5월 기준 2014년 6억7040만 달러에서 올해 2680만 달러로 25분의 1로 쪼그라든 게 주원인이었다. 2015년(4억2400만 달러)에 비해서는 9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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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체 중 중국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이 가장 큰 곳은 현대차다. 현재 1~3공장이 가동 중이며 4, 5공장은 창저우와 충칭에 각각 건설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돼 중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는 전체 수출량의 10% 미만이다. 국내 수출 물량을 줄이는 대신 현지 생산량은 더욱 늘릴 계획이다. 차 값의 22.5%에 달하는 관세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메르세데스 벤츠·BMW 같은 회사가 중국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건 관세 문제와 직결된다”며 “제네시스 같은 럭셔리 세단이 아니고선 완성차 수출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의 중국 현지 생산은 2014년 178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69만 대로 5% 줄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현지에서 자동차 브랜드 파워는 독일, 일본, 한국, 현지 업체 순인데 현지 업체 선전으로 한국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2015년 현지 생산 감소는 중국 업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저가 공세로 분석했다. 상반기 중국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4% 증가한 391만5000대를 기록했는데 이 중 상하이(上海)·창안(長安)·둥펑(東風) 등 현지 브랜드 자동차업체가 52.3%의 고성장을 기록해 시장점유율 43%를 확보했다.

대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의 완성차는 2007~2015년 연평균 10.3%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이나 브랜드 경쟁력이 중요한 승용차보다 가격에 민감한 미니밴이나 소형화물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차량을 수입 판매하는 중한(中韓)자동차는 최근 소형 트럭과 화물차를 국내에 출시했다. 판매가격은 미니트럭이 1085만원, 미니밴이 1140만원이다. 현대차의 1t 트럭 포터2의 최저 가격(1430만원)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t 트럭은 국내에서 현대차만 생산해 독과점 형태를 유지해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뒤처졌다”며 “중소형 완성차 중심으로 중국과의 무역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업체의 현지 생산 확대는 중국의 현대차 딜러의 반발도 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내 현대차 딜러 30여 명이 현대차의 생산 정책 변경으로 판매가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9억 위안(약 153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딜러 대표 왕룽전은 “지난해 현대차에서 수입한 차량의 판매 대수는 7000대에 불과했는데 올해 2000대 더 줄일 계획”이라며 “회사 정책으로 많은 수입차 딜러가 매장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딜러들은 현지에서 생산된 차나 한국에서 수입된 차 중 한 종류만 팔 수 있다.

김기환·임채연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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