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한국 드라마 USB 실어 북녘에 띄워 보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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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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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할보르센(39·사진)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유학 온 평범한 정치학도였다. 하지만 1학년이던 1993년, 그의 아버지가 유력 정계 인사의 돈세탁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2004년엔 어머니가 차베스 정권의 정당성을 묻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그러면서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미국 인권재단 이끄는 할보르센
“북한 변화 위해 신중히 계속할 것”

2005년 미국 뉴욕에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HRF)를 꾸려 세계의 반체제·인권 운동가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체코의 반독재운동을 이끈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을 기려 ‘바츨라프 하벨 국제인권상’도 제정했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 등이 주요 수상자다.

최근 할보르센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이다. 그가 지난 19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드론을 띄워 북한에 한국 드라마·영화 등을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들여보내는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 관계자와 국내 북한 관련 단체들과 접촉했다. 지난해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함께 헬륨가스를 채운 풍선에 대북 전단과 USB 등을 넣어 보내기도 했다. 20일 기자와 만난 그는 “대북 전단 풍선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도 달아봤지만 드론이 현재로선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며 “지난해도 국내 탈북자 단체와 협력해 1000개의 USB를 드론을 통해 보냈다. 올해도 같은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활동에 대해 국내에선 의견이 갈린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보복 타격을 위협한 적이 있는 데다, 드론을 통해 북한에 물자를 유입할 경우 항공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드론과 전단을 띄워 보내는 것일 뿐이며, 앞으로 신중을 기하되 효율적으로 관련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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