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야구 승부조작 더 치밀해졌다…문우람이 먼저 승부조작 제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이태양(NC 다이노스·왼쪽)과 문우람 선수

브로커가 아닌 프로야구 선수가 먼저 제안한 승부조작 사건이 적발됐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는 21일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23)을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문우람(24)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라 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브로커 조씨(36)는 구속기소,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방 운영자 최씨(36)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브로커 조씨는 스포츠 에이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접근했다. 이런 방식으로 문우람과 친분을 맺었고, 문우람은 프로 입단(2011년) 동기인 이태양을 브로커에게 소개해줬다. 이후 문우람이 먼저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경기 일주일전쯤 구체적인 경기일정, 방법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회 볼넷 또는 1회 실점, 4이닝 오버(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배당방식을 활용했다.

총 네 번의 경기에서 두 번은 승부조작에 성공했고, 두 번은 실패했다. 이태양이 처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기는 2015년 5월 29일 광주 KIA전이다. 이태양은 브로커 조씨에게 '1이닝 실점'을 청탁받았고, 실제 선발로 나온 이 경기에서 1회 2실점했다. 승부조작에 성공하면서 이태양은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문우람을 통해 현금을 이태양에게 전달했다. 수익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 문우람은 600백 만원 상당의 스위스 B브랜드 고급시계와 명품의류 등 합계 1000만원 상당을 받았고, 브로커는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조작은 2015년 7월 31일 창원 넥센전에서 이뤄졌다. 이태양은 '4이닝 오버(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를 청탁받았지만 조작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어 2015년 8월 6일 마산 롯데전에서 '1이닝 볼넷'을 조작하려고 했고, 이태양은 1회에만 볼넷 두 개를 내줘 조작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전 경기에서 조작에 실패하면서 베팅방 운영자 최씨, 브로커 조씨 등이 많은 손해를 봐 대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15년 9월 15일 창원 kt전에선 '1이닝 볼넷' 조작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태양은 조작이 두 차례 실패하면서 베팅방 운영자 최씨로부터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승부조작이 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베팅방 운영자 최씨가 구속되면서 브로커 조씨가 승부조작 관련해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최씨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 관련기사
① 삼성, 안지만 계약 해지…"관리책임 통감"
② KBO, 대국민 사과 "사법 결과 따라 엄정한 제재"



박근범 차장검사는 "지난달 야구계에 승부조작 소문이 돌면서 이태양은 자수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NC 구단도 승부조작 소문을 듣고 이태양과 면담을 통해 자수를 하도록 설득했다"며 "지난달 28일 이태양이 자수를 하면서 브로커 조씨와 문우람의 혐의 사실도 밝혀냈다"고 전했다. 문우람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다른 승부조작과는 달리 프로야구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기한 점이 충격적이다. 2012년 승부조작 사건에서는 '첫 회 볼넷' 정도로 조작이 단순했고 대가도 500만~7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의 볼넷, 고의 실점, 4이닝 오버 등 조작 방법이 다양해졌고 대가 액수도 커졌다"며 "한탕을 노리는 부정경기행위가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가겠다"고 했다.

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