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이 된 후 우 수석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처음이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개 해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청와대 기자실 찾아 50분 해명
손으로 책상 치며 의혹 부인
“아들 문제까지 거론해 고통”
우 수석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 가며 50여 분 동안 각종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민과 대통령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론 모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를 보면 가정사라든지 아들 문제까지 거론해 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긴 시간 말을 했지만, 우 수석이 자청한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김정주 NXC 대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브로커 이민희씨 등 3명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강남 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 “1300억원이 넘는 거래에서 금액을 줄이는 게 가능한 얘기냐. 우리가 성실히 세금을 내기 위해 땅을 판 건데 세금을 줄이려고 다운계약했다는 건 연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땅을 산 쪽에서 처리한 일을 자꾸 땅을 판 쪽에다 의혹을 제기하는 게 답답하다”고도 말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당시 우 수석이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장인이 돌아가신 뒤 살림만 하시던 장모님이 큰 거래를 하는 게 불안해 (사위인 내게) 와 달라고 해서 갔다.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장모님이 많이 우셨는데 위로해 드린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우 수석은 18일 해명 때는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었다.
정운호 전 대표를 몰래 변론했고, 브로커 이민희씨와 어울려 다녔다는 보도도 강하게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20일 이민희씨의 운전기사가 한 발언을 인용해 “우 수석과 이씨가 2~3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우 수석은 “그 사람이 누구를 봤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사람들(정운호·이민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니 저도 설명드리기 답답하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우 수석은 “어떤 신문에선 ‘우리가 기사를 다 써놨다. 기사를 빼고 싶으면 우리 신문에 선임계를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내왔다”며 “모멸감을 느껴 끝까지 답을 안 했다. 그랬는데 오늘 보니까 선임계를 낸 건 맞다고 기사에 써놨더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하는 우 수석의 눈은 충혈됐지만 어조는 담담했다. 하지만 특정 보도를 거론하는 대목에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억울하다는 듯이 책상을 손으로 치는 장면도 있었다. 긴 설명 이후에도 기자들과 문답이 이어졌다.
-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의경 아들 꽃보직 의혹’은 사실인가.
-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다. 유학 가 있는 아들에게 군대 가라고 해서 간 거다. 병역기피가 아니다. 아들 상사라는 사람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부탁이고 뭐고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
- 강남 땅은 당시 부동산 침체기여서 매수자가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 “그 땅은 강남역 바로 옆의 요지다. 400명 넘은 사람이 매수 문의를 했다고 한다.”
- 공직자는 의혹의 진위를 떠나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은데.
- “모르는 사람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해 그러는 것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 홍만표 변호사와는 같이 일을 많이 했나.
- “(화난 목소리로) 오늘 신문에 나온 거 그거 딱 한 건 했다. 다른 8건(경향신문 보도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있으면 제시하라고 해라.”
- 검찰 수사엔 응할 것인가.
- “부르면 가겠지만 저는 어차피 (검찰에서도) 모른다,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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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수석은 “이제 일일이 해명하지는 않겠다. 전체적으로 보고 문제가 있으면 모아서 대응하겠다. 이런 상황에선 업무를 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달라”고 말한 뒤 간담회를 마쳤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