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8대회 대비한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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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번 대폭적인 경찰직제개정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급증하는 치안수요에 대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보강하고, 경찰조직의 취약점을 보완 정비하며, 조직원의 사기를 높이려는데 그목적이 있다.
1년동안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된 치안본부 기구조정과 서울시경국장등의 직급 상향조정은 경찰조직의 취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범죄예방기능(보안)와 진압기능(수사)은 각각 경비부서인 2부와 3부로 나뉘어 있어 일원화되어야 할 예방과 진압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었으며 외사기능도 잦은 국제행사로고 외국인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대공차원 정보부서로서의 기능이 절실히 요구돼왔었다. 또 치안본부의 조직이 너무 비대하고 세분화 돼 있었던 점도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었다.
따라서 「조직을 축소하면서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시경국장직급의 상향조정은 그 동안 치안본부장이 바뀔 때마다 지적돼오던 경찰조직서열의 불균형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경찰내부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통상 치안본부장은 서울시경국장이 승진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치안감(서울시경국장)이 한계급 위인 치안정감(경찰대학장)을 제치고 바로 치안총감(치안본부장)으로 한계단 건너뛰어 승진해왔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
군으로 치자면 육군소장이 중장을 제치고 곧바로 대장계급장을 달면서 참모총장이 되는 셈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경국장이 치안본부장으로 승진할 때마다 경찰대학장은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어야 하는 진통을 겪곤 했었다.
이번 직제개정에서 경찰사기가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은 치안본부 간부들의 보직 현실화
지난 77년 서울시에서 있은 구청장. 경찰서장 연석회의에서 서장인 총경들이 좌석배정에 불만을 품고 퇴장했던 사건도 따지고 보면 총경급의 직급대우에서 비롯됐었다.
내무부등 다른 부서의 공무원들은 서기관이 과장인데도 그 동안 경찰의 보직명칭은 서기관급인 총경이 계장으로, 부이사관급인 경무관이 과장으로 각각 한계급씩 강등돼 불려 왔기 때문이다.
같은 서기관급이면서도 군수를 하다 내무부로 들어오면 과장이 되고, 경찰서장을 하다 치안본부로 들어오면 계장이 돼 경찰내부에선 그 동안 이문제가 「숙원사업」이 돼왔었다.
이번 직제개정으로 경찰은 인력이 늘고 취약점이 보강됐으며 조직의 사기가 높아지는 등 잔치분위기이지만 자칫 대민봉사라는 경찰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서는 안는 것이 중론이다.
경찰의 여건이 좋아졌다면 이에 비례해 봉사의 질도 마땅히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홍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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