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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검찰도 여권 일각도 거리두기, 우군 사라지는 우병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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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처가의 땅 매각 관련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면초가다. 우 수석은 검찰에서 ‘엘리트’로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1월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엔 여권의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파문 국면에선 자신이 휘두른 권력의 칼이 거꾸로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다.

주변과 교류 적고 비타협적 스타일
“검사장 인사 과도한 개입” 말 돌아
자원외교 수사 받은 친이계 불만
더민주 ‘노무현 수사’ 악연에 반감
우병우 “정운호 변론 의혹 100% 허위”
청와대도 “일방적 정치공세 말라”

우선 친정인 검찰에서 우 수석을 적극 감싸는 분위기가 없다. 우 수석은 민정비서관 시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각별한 신뢰 속에 검사장 경력도 없이 민정수석에 전격 발탁됐다. 때문에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우 수석은 껄끄러운 존재였다. 게다가 우 수석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더욱 견제 기류가 강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18기 선두주자였던 강찬우 수원지검장, 변찬우 대검 강력부장이 옷을 벗었다. 검찰 내에선 우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반면 우 수석과 가까운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은 중요 보직에 기용됐다.

또 지난해 말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 인선 때 우 수석이 김수남 현 검찰총장과 사이가 벌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수도권의 부장급 검찰 관계자는 “ ‘우 수석이 검사장급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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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우 수석이) 현직에 있으면 조사하기 어렵다”면서 “즉각 우 민정수석을 해임하고 별도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왼쪽은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 조문규 기자]

더불어민주당도 우 수석에 대해 반감이 크다. 우 수석이 2009년 대검 중수1과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악연’ 때문이다. 지난해 우 수석이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친노계 의원들은 회견을 열어 “전직 대통령이자 반대정파의 정치적 지도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을 어떻게 민정수석에 앉힐 수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비박계는 우 수석이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이유로 시선이 곱지 않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병국 의원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수사에 대해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친박계도 우 수석이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재산 검증을 소홀히 한 실책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냥 감싸기 힘들다. 심지어 우 수석이 친박계 핵심과 갈등을 빚는 바람에 부동산 파문이 불거졌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18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는 사이 청와대 실세와 여당의 실세가 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비사교적이고 비타협적인 우 수석의 스타일도 고립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우 수석은 민정수석 발탁 이후 외부인사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했고, 청와대 내부 인사들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외부엔 우 수석이 독주하는 이미지로 비춰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부 환경은 불리하지만 우 수석은 정면 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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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 수사하는 상황 오나



우 수석은 19일 자신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정식 수임계 없이 변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100% 허위보도다. 찌라시 수준의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우 수석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운호와 (법조 브로커인) 이민희라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형사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우 수석이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 수석이 퇴장하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지탱할 사정라인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글=김정하·현일훈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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