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통사고 전치 1주 상해 아니다"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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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A씨(64)는 지난 2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B씨(26)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치인 0.127%였다. B씨와 동승자 C씨(26)는 1주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며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음주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와 상대방 차량 운전자·동승자를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했다.

A씨는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했지만 B씨와 C씨의 상해 혐의는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사고 당시 운행속도가 시속 20㎞ 가량에 불과했고 B씨의 차량 뒤범퍼도 손상됐는지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경미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사고 발생 사흘 뒤 정형외과에서 ‘1주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추가로 치료를 받지 않았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정민 부장판사)는 A씨 주장에 대해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19일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했다. 1주 진단이 상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배심원 7명 가운데 6명은 상해가 아니라며 ‘무죄’ 의견을 냈다. 나머지 1명만 유죄 의견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에 따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도로교통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수강 4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해자들이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음주운전으로 2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지만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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