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 위기 극복한 시애틀처럼 울산도 재도약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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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울산시장이 울산 태화강변에 조성된 십리대숲길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조선업 불황 타개의 일환으로 관광산업을 강조하면서 국민에게 여름휴가를 보낼 곳으로 추천한 곳이다. 김 시장은 “박 대통령께 이곳으로 휴가 오시라고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카톡을 보냈는데 아직 회신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인터뷰를 위해 김기현(57) 울산시장을 만난 지난 13일 울산 경제의 주축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공교롭게도 동시 파업을 결의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사건이다. 김 시장은 “노사 자율의 영역이지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인터뷰
관광 도시로 리모델링한 시애틀
생태 복원한 울산도 가능성 충분
조선업 위기 강조하면 중국만 이득
스마트카 등 ICT 융합, 활로 모색
울산·경주·포항 ‘해오름동맹’속도

이처럼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로 불려온 울산은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조선업 불황을 비롯해 전통 주력산업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한 뒤 20년을 맞은 울산시, 때마침 민선 6기 전반기 2년이 지나고 후반기 2년을 막 시작한 김 시장을 만나 울산의 고민과 해법을 들었다.

민선 6기 전반기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갤럽의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 4개 반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야당 지지세력도 60% 이상 지지해 줬다. 과분한 평가다. 국가 지원 예산 확보, 8조원대 국내외 투자 유치, 지역 현안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한 것을 높이 사 주신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아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5위로 떨어져 큰일 났다.”
후반기 2년을 시작하는 각오는.
“당면한 경제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가 최우선 과제다.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을 구체화시키겠다. 무엇보다 조선업 위기 극복에 시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조선산업 대책은.
“2년 전부터 위기였다. 현대중공업은 그때 3조원가량 적자가 났다. 중앙정부에 달려가서 도와 달라고 했더니 ‘울산은 잘사는 도시인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더라.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읍소했는데도 엄살이라고 하더라. 요즘은 더 부풀려져 실제 체감도가 100인데 외부에서 200만큼 어렵지 않으냐고 한다. 위기를 과장하지 말라고 호소하는데 정말 속이 탄다.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므로 과도한 구조조정은 피해야 한다. 위기를 너무 강조하면 해외의 선박 발주처들이 가격을 후려치려 하고, 중국 등 경쟁 업체들만 이롭게 된다.”
울산시의 대응은.
“조선업 위기 극복을 돕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선산업 10대 종합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노사와 시민, 시와 정부가 한마음으로 협력하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구상의 핵심은.
“주력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BT)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울산그린카기술센터가 지난 5월 개소해 친환경 스마트카 산업 연구개발(R&D)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기틀을 마련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 이후 울산·경주·포항을 잇는 ‘해오름동맹’은 어떻게 구체화되나.
“3개 도시의 장점을 극도로 살려 산업과 도시 개발, 문화관광 등 협력사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다. 행정 인프라 공유도 필요하다. 효율적인 행정체계 개편 추진의 중요한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역시 승격 20년째인 울산의 롤모델은.
“전통 주력산업의 위기 탈출을 고민하다가 미국 시애틀이 떠올랐다. 보잉사가 경영 위기로 수만 명의 근로자를 감축했는데 당시 모두 떠난 게 아니라 현지의 다른 새로운 업종이 그대로 흡수했다. 보잉의 공백을 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아마존 등 첨단산업과 문화산업이 채웠다. 도시도 거기에 맞춰 리모델링하고 관광산업을 키웠다. 생태환경을 복원한 울산도 지금 관광산업을 키우고 있다. 이게 전 세계적으로 먹힐 수 있는 테마다. 울산 야경이 시애틀보다 훨씬 예쁘다.(웃음)”
사드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영남신공항의 밀양 유치를 주장하다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발표하자 곧바로 수용 입장을 밝힌 이유는.
“솔직히 밀양이 선정됐다면 울산 발전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수용했다. 지난해 시·도지사들이 정부 용역 결과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그걸 안 지키면 행정과 정치인들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나.”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과 해법은.
“리더십의 위기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지 묻자 족식족병족신(足食足兵足信)이라고 답했다. 굶지 않게 식량을 주고, 안전하게 해 주고, 신뢰를 받는 것이란 의미다. 셋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병을 버리고, 두 번째는 식을 버리고,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 신이라고 했다. ”
내년 대선 출마설이 솔솔 나오던데.
“정치하는 사람은 꿈을 가져야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게 된다. 통합과 조정 능력에서는 제일 잘한다고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상당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만난 사람=장세정 내셔널 데스크
정리=강승우 기자 zh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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