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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불편한 중국, 안보리 대북 규탄성명도 ‘사보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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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성명 결정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북 SLBM 발사 규탄성명 문구 조정
4월엔 하루 만에, 이번엔 열흘 넘겨
당국 “사드가 북핵 등에 미칠 영향
중국이 검토 시간 필요하다 주장”

유엔 안보리는 지난 9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한 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내기로 하고 성명 문구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북한의 도발 이후 보통 이 조정 작업은 하루 이틀이면 끝났는데 이번의 경우 10일이 지나도록 진통을 겪고 있다. 그 배경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엔 업무에 정통한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18일 “중국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드 배치가 북한 핵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어서 15개 안보리 이사국 간 협의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달 22일 무수단 미사일을, 지난 4월 SLBM을 시험발사했을 당시 하루 만에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냈다. 그런 만큼 유엔 안보리 주변에선 안보리 결정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균열이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유엔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핵과는 상관없는 남중국해 이슈(7월 12일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필리핀-중국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안보리 차원의 북핵 대응에 일종의 ‘태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미 국무부 등은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언론 성명을 내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조치를 추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올 들어 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에 여덟 번이나 언론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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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를 매개로 한 미·중 간 힘겨루기 상황에서 한국 외교부의 고민은 크다. 선택지가 별로 없는 데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의 소통 채널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안보리 협의 과정에서 이사국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요한 것은 최종 결론이며,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중국은 북핵 원인이 일정 부분 한·미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유엔 차원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피로감을 갖고 있다”며 “사드 배치나 남중국해 판결을 빌미로 대북제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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