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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가도 의사당서 끌려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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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10일 상오 총재단 회의, 확대간부 및 변호사 출신 의원 연석회의, 소환대상의원 대책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검찰의 소환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
총재단 회의에서는 김동영 총무가 이세기 민정당 총무와의 이날새벽 전화접촉내용을 보고했는데 김 총무는 『이 총무가 별도의 장소에서 조사 받는 선에서 응해달라고 제의해 왔다』고 말하고 『정국경색을 막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제의.
이에 대해 이중재·이기택·양순직·최형우 부총재 등이 『조사에 응함으로써 가해자인 민정당 측의 위법행동을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하자』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별도장소 조사 쪽으로 한때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소환대상 의원들을 대표한 김태용 의원이 회의도중 「소환대상자들의 의견」을 전하겠다며 회의실에 들어와 『우리들은 일체의 조사에 불응하겠으며 맞고소도 오늘 중으로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통보해 그대로 결론.
이어 열린 당직자 및 변호사 출신 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고소 대상자를 놓고 한때 이세기 민정당 총무를 포함 시켜야 된다느니 안 된다느니 하는 격론을 벌이다가 포함시키기로 최종결론.
이어 회의는 조사불응이란 강경 결론과 아울러 전 의원이 소환대상의원들과 함께 행동토록 해야 한다는 등 중구난방 식으로 갖가지 강경 대응책만 속출.
한편 당초 17명 의원을 당사에 모이도록 조치해놓았던 신민당은 분위기가 강경 쪽으로 기울어지자 『잡혀가더라도 의사당에서 끌려가자』로 의견이 나와 의원총회 소집장소를 국회 쪽으로 급히 바꾸었다.
○…김동영 총무가 탄 차를 선두로 17명의 소환대상 신민당 의원들이 이날 상오 11시 30분쯤 의사당에 도착하자 의사당은 돌연 긴장된 분위기로 돌입.
신민당 의원들은 곧 의장실로 올라가려 했으나 『의장실의 문이 잠기고 직원들이 철수했다』는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신민당 총무실로 집결.
그러나 최명헌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철수한 것이 아니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간 것』이라고 해명.
한편 이재형 의장은 이날 상오 1l시에 「쓰찌야」 일본 참의원 간사장을 접견하고 신민당의원들이 도착하기 전 몸이 불편해 병원으로 직행했다는 것.
○…국회로 오는 도중 장기욱 의원은 차창에 「의회 민주주의 사수」라고 쓴 종이를 부착.
총무실에 대기하면서 소환대상 의원들은 이곳저곳에 연락하며 검찰의 움직임을 파악했는데, 검찰이 상오 1l시 40분쯤 1차로 의원 7명에 대해 구인장을 법원에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모양』이라고 발끈하면서 검찰이 실제로 구인장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듯 모두들 의아해하는 표정.
그런 중에도 의원들은 이철·장기욱 의원 등 1차 구인 대상자들에게 『축하한다』는 등 농담도.
이때부터 의원들은 구인장이 발부돼 강제 구인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심각히 숙의.
의원들은 당이 조사에 불응한다는 방침이므로 강제구인 없이 응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소환의원 외에도 전 소속의원을 응원차 국회의사당으로 소집해 놓고 있어 구인장이 강제 집행될 경우 물리적 충돌을 예상케 했다.
특히 하오 3시의 의원총회에서는 강제수사에 실력으로 맞서자는 강경론이 우세해 농성 등의 극한투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환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상오 밖으로 신년인사를 다니던 중 연락을 받고 국회로 돌아와 바로 의사국장·관리국장·국회경비대장 등을 불러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
회의는 점심을 시켜다 먹으면서 마라톤 회의를 진행.
국회 사무처는 신민당 의원들이 도착한 후 정문에 배치된 경위를 2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출입을 철저히 체크.
그러던 중 낮 12시 50분쯤 신민당의 노승환·최형우·양순직 부총재가 들어오려다 국회의원이 아닌 최·양 두 부총재의 출입을 경위들이 막아 10여분간 옥신각신.
노 부총재는 이 사무총장에게 전화로 이를 항의했으나 이 청장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2층 귀빈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김동영 총무에게 지원요청.
잠시 후 김 총무가 신순범 수석 부총무·김정수 부총무 등과 함께 내려와 『전직의원들에 대한 예우가 이게 무엇이냐』고 일갈하면서 두 부총재를 입장시키기도.
○…10일 상오 신민당 의원들에 대한 구인장이 발부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사태를 대단치 않게 보았던 민정당 측은 신민당이 의총을 소집하고 국회농성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끌고 가자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곤혹스런 표정.
이날 상오 한 당직자는 『구인장이 발부되더라도 그저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절차상의 행위일 뿐 그 이상 사태가 악화되겠느냐』고 사태를 쉽게 해석.
그러나 신민당의 소환대상 의원들이 국회로 출발하고 국회에서 신민당 의원총회가 열린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연수원에 강의 나가있던 노태우 대표위원에게 긴급히 보고하는 한편 외부의 이세기 총무에게도 긴급연락을 해 하오 1시부터 노 대표 주재로 1시간 가량 대책회의.
회의에는 정순덕 사무총장·박준병 국책조정위원장·심명보 대변인·최병렬 국책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석해 우선 이 총무로부터 그 동안의 대야접촉 결과를 보고 받았다.
이 총무는 『오늘 아침 일찍 김동영 신민당 총무와 통화를 해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하여 수사 마무리에 협조해 달라고 했더니 김 총무도 분위기 조성에 응할 듯이 얘기했었는데 진전이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
이 총무는 『제3의 장소로 호텔 같은데도 좋고 검찰이 꼭 의원을 조사한다기보다 그저 한번 만나서 호통이나 한번 치면 될 일 아니냐』고 했더니 김 총무도 의원회관 같은 곳이 어떠냐는 말도 했다는 것.
대책회의는 별다른 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신민당 의총이 끝난 뒤 다시 회의를 열기로만 결정.
○…신민당 측의 국회의장 등 5명에 대한 고발장과 김동영 총무의 조사요청서는 10일 상오 11시 45분쯤 신민당의 유제연 사무총장과 허경만 의원 등 2명에 의해 서울지검에 접수됐다.
굳은 표정으로 상오 11시 40분쯤 서소문동 검찰청사에 도착한 유 사무총장 등은 6층 정구영 검사장실로 직행했으나 부재중이자 지헌범 서울지검 2차장실에 들러 고발장 취지를 간단히 설명.
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누가 피해자인지 현재로서는 모르니 검찰에서 잘 가려달라』며 『국회 안에서 당 총재와 총무의 지시 하에서 일어났던 일인만큼 우리당 총재와 총무가 자신들부터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 차장검사는 『나에게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 아니라 공식창구에 접수한 뒤 절차에 따라 진술하십시오』라고 제의.
더 이상 대화가 진척될 것 같지 않자 유 사무총장 등은 2층 서울지검 사건과로 직접 내려가 직원에게 서류를 접수시켰다.
고발장은 이재형 국회의장 등 5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조사요청서」는 당 지휘부의 지시로 일어난 일이므로 의원들을 조사할 것이 아니라 지시를 내린 김 총무를 조사대상으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민당 장기욱 의원 등 7명에 대한 구인영장은 신민당 측이 이재형 국회의장 등 5명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것과 거의 같은 시각인 상오 11시 40분 공안과 사무직원이 혼자 와서 서울형사지법 영장계에 접수.
구인영장은 특별한 서식이 없기 때문에 일반 구속영장에서 구속이란 글자를 지우고 「구인」자를 대신 써넣었는데 영장별 수사기록은 40페이지 정도로 두께는 비교적 얇은 편.
영장이 접수되자마자 형사 3과장이 즉시 모아서 형사지법원장실로 가지고 올라가 검토를 한 뒤 당직 판사실로 넘겼다.
영장내용은 장 의원 등을 피의자라고 칭하기는 하면서도 「∼하는 자」라는 표현은 안 썼고 특히 끝 부분에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는 표현이 통상적인 문구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도주의 염려」라는 부분은 삭제한 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이라고만 표현.
○…의원 7명에 대한 구인영장이 점심시간에 임박해 접수되는 바람에 당직인 김희근 판사는 점심을 거른 채 기록을 검토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김 판사는 1시간 30분 후인 하오 1시 10분쯤 구인영장에 서명한 후 말없이 방을 나와 혼자 점심을 들기 위해 외출.
구인영장은 김영배 의원에 대해 안왕선 검사, 김동주 의원은 최연희 검사, 김태용 의원은 이사철 검사, 이철 의원은 정민수 검사, 신순범 의원은 정진규 검사, 장기욱 의원은 김원치 검사, 김정길 의원은 고영주 검사가 각각 서명, 청구했었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출두 요구시각인 이날 상오 10시까지 기자들에게 대상의원들이 자진 출두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등 관심을 표명.
상오 10시쯤 공안부 한 관계자는 『지정된 시간이 지났지만 길이 미끄러워 다소 늦어 질 수도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렸다가 구인영장을 청구하겠다』며 애써 느긋한 표정.
○…의원들에 대한 구인영장은 국회회기 중이 아니어서 대상의원들이 국회의사당 안에 있더라도 영장집행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검찰 측의 유권해석.
한 검찰관계자는 야간이라면 말썽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낮에 영장을 제시하고 의사당 안에 들어가 연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뒤 민정당 측의 이세기 원내총무와 김종호 예결위원장 등 피해가 있었다는 의원들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받기 위해 민정당 측과 협의했으나 민정당 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뜻밖이라는 분위기.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없더라도 목격자진술 등 정황증거만으로도 기소하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수사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민정당 측 의원들의 협조를 기대했으나 허사였다고 말했다.

<구인영장 내용>
㈎피의자 장기욱은 85년 11월 29일 하오 11시 5분쯤 서울 여의도동 1에 있는 국회의사당 3동 306호실 법사위 회의장 입구에서 신순범·김동주 등과 공동하여 법사위원장 유상호가 회의를 주재·진행하기 위하여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막고 팔을 잡아당겨 회의장 옆의 308호실에 몰아넣고 20분간 연금상태로 놓아두는 등 법사위원장으로서 법사위 회의를 주재·진행하려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했다.
㈏같은 날 하오 11시 53분쯤 법사위 회의실에서 간사 임두빈이 제9차 법사위원회 개의를 선포하고 입법조사관 박봉국에게 회부된 법안 낭독을 지시하여 위 박봉국이 법안 낭독 중에 법사위회의실로 뛰어들어와 박봉국에게 『너 뭐냐』고 소리치며 발언대 위의 마이크를 밀어 넘어뜨리고 임두빈에게 뛰어가 달려드는 등 법사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임두빈과 법안 낭독을 하고있던 박봉국에게 폭행을 가했다.
㈐지난해 12월 2일 상오 7시 10분쯤 국회 146호실 출입문 복도에서 동쪽 유리문을 발로 차서 유리 1장 시가 2만 3천원 상당을 파괴했다.
㈑같은 날 상오 7시 12분쯤 김동주·김태용·김영배·노승환·김정길 등과 합동으로 국회145호실 출입문 한짝 시가 50만원 상당과 1층 승강기 놋쇠 차단봉 2개, 시가 7만원 상당을 파괴한 것으로 동인은 경찰에서의 3회에 걸친 서면 출석요구, 검찰에서의 2회의 서면 출석요구 및 1회의 전화출석요구에 불응하여 동인을 구인치 아니하는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가 농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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