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테러·쿠데타···'스테이케이션' 휴가족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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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배연진(27)씨는 여름휴가 때 친구들과 서유럽에 갈 계획이었지만 마음을 바꿨다. 뉴스에서 쏟아지는 테러, 인명사고 소식 때문이다. 배씨 부모도 외국 여행을 말렸다. 그는 “행선지를 국내 휴양지로 바꿔 일정을 짜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가려던 여행객 국내로 U턴
"터키 등 예약자 30% 취소하기도"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머물다는 의미의 stay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을 합친 신조어)족이 늘고 있다. 유럽·동남아에서 잇따르는 테러, 사고, 정정불안이 한몫했다. 특히 국가 시설물을 표적 삼던 과거와 달리 휴양지나 축제 장소에서 불특정 민간인을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가 성행하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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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희생됐다. 이달 초 방글라데시 테러도 관광객이 많은 번화가에서 일어났다. 안전한 여행지로 인식되던 터키도 쿠데타로 총성에 휩싸였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 세계에서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국가는 한국”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직장인 최진아(32)씨는 “벨기에 브뤼셀 테러처럼 공항마저 불안하다면 해외여행의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6월부터 유럽을 여행 중인 대학생 김모(21·여)씨는 “지난달 여행했던 니스의 테러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모님께서도 ‘빨리 돌아오라’고 해 귀국 일정을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에도 안전을 묻는 전화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체 ‘온라인투어’의 직원은 “예약자의 30% 정도가 수수료를 감수하고도 해외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한 터키 여행 상품의 경우 10명 중 6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회원수 158만 명인 유럽여행 정보공유 사이트에는 니스의 테러 소식을 전하는 게시물에 1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여기엔 “이달 말로 예정된 여행 일정을 취소할지 고민 중” “테러로 여행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동행자들이 취소하자고 한다” 등의 글이 있다.

손국희·김유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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