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발 거센 중·러도 ‘북핵 규탄 의장성명’ 동참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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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북핵 문제에서는 중·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북핵,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
51개국 정상들 만장일치 합의
이번 회의에 시진핑·푸틴은 불참
정부 “중·러 동참 과잉 해석 안 해”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16일(현지시간) 의장성명에서 “‘가장 강력한 용어로(condemn in the strongest terms)’ 북한의 핵과 다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장성명은 ASEM 51개국이 논의한 결과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을 공동 정리한 문서다.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표현은 유엔 안보리나 다자회의에서 채택하는 결의나 성명에서 최고 수위의 비판이다.

지난 4월 중·러 주도의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에서 최초로 북핵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할 때도 같은 표현을 썼다. ASEM 의장성명에는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추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shall refrain)”는 문구도 들어갔다.

2014년 제10차 ASEM 의장성명에는 ‘지도자들이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가 포함된 성명을 채택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의장성명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등 여타 (대북제재) 결의의 전면적 이행을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가장 큰 우려 중 하나가 중·러도 동참했던 북핵 공조에서 균열이 생기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에서만은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수차례 예정돼 있어 이번 중·러의 동참 의미를 과잉으로 해석하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엔 안보리에선 지난 9일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대한 성명 채택이 미·중 간 신경전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달 말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9월) 등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다자회의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 ASEM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과 ASEM의 미래 10년 청사진을 담은 울란바토르 선언, 국제테러리즘에 관한 성명 등 3개의 문서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울란바토르=신용호 기자,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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