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착한 가격, 메뉴 골고루, 부담없어 좋은 일식집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8호 28면

생 연어 사시미동. 부드러운 생 연어가 밥과 어울려서 더욱 고소하게 목으로 넘어간다. 양이 푸짐해 사케 한 병이 금방 동날 정도다.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는 괜찮은 ‘일식 밥집’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맛있고, 부담 없으면서, 여러 메뉴 가리지 않고 척척 해주는 곳 말이다.


일식은 우리나라에서 중국 음식 다음으로 널리 퍼져있고 역사도 오래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준이 양극화되어 있다. 맛있는 곳은 너무 비싸고, 싼 곳은 맛이 없다. ‘폼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친구들과 한 잔하는 편안한 자리까지 굳이 고급 일식 집을 찾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없는 법인데 그렇다고 맛없는 곳을 갈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를 먹는 분이 여럿이었다.


가족이 함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아쉬웠다. ‘모두 같이 가서 아이는 돈까스, 아내는 우동, 그리고 나는 스시 몇 점에 생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렇게 다양한 메뉴가 있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맛이 문제였다. 맛도 좋으면서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다양한 메뉴가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나처럼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서울 방배동에 있는 ‘강셰프 스토리’라는 일식 집은 이런 애로사항을 모두 해결해 준다.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를 하면서도 고루 맛이 있고, 고맙게도 가격도 착하다. 가족, 친구들하고 언제든 부담 없이 가기에 딱 좋다. 2015년 7월에 개업했는데 일 년 만에 벌써 동네 주민들의 단골 ‘밥집’으로 등극했다.


이곳의 메뉴는 소바·우동·카레·돈까스 같은 가벼운 요리부터 스시·사시미·구이·튀김 요리·철판 스테이크 등 다양한 고급 요리까지 망라하고 있다. 처음 메뉴판을 봤을 때는 너무 종류가 많아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막상 먹어 보니 하나같이 고르게 맛이 있고 수준이 높은 것이 반전이었다(그래서 너무 많이 시킨 것이 함정!).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다. 이곳에서 먹은 1만7000원 짜리 스시는 다른 곳에서는 최소한 3~5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 수준이었다. 모두가 오너인 강현영(40) 셰프의 내공과 정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셰프는 경기도 산골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19살 때부터 음식점 허드렛일부터 하면서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간에 전문대 조리과에서 음식을 정식으로 배우기도 했지만 대부분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실력을 쌓아왔다. 다른 요리사들이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혼자 요리 공부를 하는 노력 끝에 빠른 시간 내에 실력 있는 일식 요리사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유명 음식점들에서 오래 일을 했다. 그러다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차려 독립한 것이 바로 ‘강셰프 스토리’다.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집약된 곳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강셰프 스토리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234-6 전화 02-595-5595 특별히 쉬는 날은 없음. 메뉴가 아주 다양해 가족 나들이에 딱 좋음. 생 연어 사시미동 1만5000원, 모듬 초밥 1만7000원.

거창하고 힘이 잔뜩 들어간 고급 일식집보다는 그저 편한 느낌의 음식점을 하는 것이 강 셰프의 목표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자신이 그 동안 배워 온 기술로 정성껏 요리를 하고, 자신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편안하고 정감 있는 식당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벌였다. 산골 출신 소년이 객지와 나와 이 정도면 성공을 했고, 여기 만족하면서 큰 욕심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라 했다.


편안한 곳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반 일식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음식이 대부분이지만, 강 셰프 만의 실력이 녹아있는 독특한 메뉴도 있다. ‘생연어 사시미동’이 그 중 하나다. ‘지라시스시(ちらしずし·여러 재료를 밥 위에 뿌려 놓은 스시)’를 이용해 직접 개발한 것이다. 맛 좋은 ‘고시히카리(越光)’ 쌀로 지어서 간을 한 밥을 넉넉하게 덜고, 그 위에 노르웨이산 생 연어회를 솜씨 좋게 올려 내었다. 마치 연어로 만든 꽃이 핀 것처럼 멋진 모양에 일단 감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생 연어회가 밥과 잘 어울려 고소하게 씹히는 것이 일품이다. 동네 식당답게 양이 넉넉한 것도 마음에 든다. 한끼 식사는 물론이고 술 안주로도 충분한 수준이다.


꽃 피는 19살 때부터 힘든 주방에 들어와 어언 20여 년이다. 그동안 한눈팔지 않고 요리사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온 강 셰프에게서는 진솔한 인간의 향기가 난다. 그 향기에 반해서, 그가 만들어준 음식에 반해서 단골이 된 손님들이 오늘도 이곳에 모여든다. 거품 가득 끼고 폼만 잡는 사회에서 시달린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편안한 ‘밥집’으로. ●


주영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