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세번째 거짓말…김정주가 준 4억도 갚은 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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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검사장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진 검사장은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검찰은 14일 김정주(48·넥슨 창업주) NXC 대표로부터 공짜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난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5일 또는 16일에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계좌 위장, 돈 돌려준 것으로 꾸며
넥슨 주식 사실상 공짜로 받은 셈
검찰, 이르면 오늘 뇌물혐의 영장 청구
“내돈 → 처가 돈 → 넥슨서 꾼 뒤 상환”
진 검사장 말 바꿀 때마다 거짓
110억 매각 차익에도 뇌물죄 검토

진 검사장은 2005년 김 대표에게서 받은 4억2500만원으로 주식을 매입하고도 마치 돌려준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진 검사장의 ‘120억원대 주식 대박’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금로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14일 “돈을 빌린 뒤 갚은 것으로 외관을 취했지만 결국 그런 사실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4억2500만원이 오고 간 정황을 계좌 기록으로 남겨놨지만, 결국 직접 또는 차명계좌를 통해 모두 돌려받아 공짜로 넥슨 주식을 취득했다는 얘기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출범 8일 만에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허위 계좌 기록을 남긴 의도와 넥슨 측에서 수사 관련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진 검사장 소환은 지난 3월 25일 공직자 재산 공개로 120억원대 주식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드러난 지 112일 만이다. 진 검사장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소환된 김 대표는 밤샘 조사 과정에서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자금을 그냥 줬고, 이후 돌려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진 검사장도 13일 낸 자수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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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했다. 지난 3월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엔 “내 돈으로 주식을 샀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4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에선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지난달 이 말도 거짓으로 드러나자 “넥슨에서 돈을 빌린 뒤 넉 달 후에 갚았다”고 설명했다. “ 왜 이렇게 여러 번 거짓말을 했느냐”는 질문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주식 매입 종잣돈을 뇌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돈이 전해진 시점이 2005년이어서 뇌물죄에 대한 공소시효(10년)는 끝난 상태다. 검찰은 김 대표와 진 검사장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2006년 하반기 진 검사장이 주식을 넥슨에 10억원을 받고 되팔아 낸 수익 5억7500만원에 대해선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다른 주주들에 비해 높은 값을 쳐준 게 아니어서 진 검사장에 대한 특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2006년 사들인 넥슨재팬 지분을 일본 증시 상장(2011년) 이후 처분해 얻은 110억원대 차익에 대한 뇌물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현재 진 검사장과 김 대표 간에 상장 계획 관련 정보가 오고 간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공유해 주식 대박을 실현했다면 이 역시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2009~2010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세 의혹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처남이 대표로 등록된 청소용역 회사가 대한항공의 일감을 따내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진 검사장이 사용해 온 처남 명의의 제네시스 승용차가 넥슨 측에서 받은 것인지도 조사 중이다.

글=최선욱·송승환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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