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산 섬유로 만든 옷, 뉴욕 패션쇼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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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인더스트리아 수퍼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 고태용(35·사진)의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 캡슐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2013년부터 꾸준히 뉴욕 무대에 참가중인 고씨의 이번 컬렉션이 다른 때보다 의미가 있는 건 특별한 파트너십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KOTRA,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하는 ‘2016 뉴욕한국섬유전’ 특별행사의 협업 디자이너로 선정되면서 고씨는 61개 전시 참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00% 한국 섬유로 만든 옷을 세계무대에 선보였다.

‘비욘드 클로젯’ 디자이너 고태용
KOTRA 후원으로 세계 무대 도전

고씨는 “시즌마다 수입 섬유를 50% 가까이 써왔는데 우리 섬유가 이렇게 다양하고 우수한 줄 미처 몰랐다”며 “3.1 필립 림, 토리버치, 띠어리, 알렉산더 왕 같은 미국 럭셔리 브랜드에 원단을 납품하는 회사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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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고태용이 100% 국산 섬유로만 제작한 옷으로 뉴욕에서 패션쇼를 벌였다. 차분한 색상에 화려한 자수를 넣은 스타일이 독특하다. [사진 KOTRA]

젊은 남자들의 가을겨울 룩을 위한 이번 무대는 “고급스러운 하이패션과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션의 믹스”라는 컨셉트가 돋보였다. 옷 색깔은 검정·남색·베이지·카키 등으로 차분하게 하고 대신 네온사인·술잔·미러볼·술병 로고 등을 재해석한 형형색색 자수와 프린트로 효과를 높였다. 클래식한 재킷이나 퍼 코트에 트레이닝 복 스타일의 바지를 매치한 스타일링도 신선했다.

쇼를 참관한 남성패션잡지 GQ의 패션 에디터 조나단 티츠는 “남성 옷임에도 섬세하고 화려한 자수 디테일이 들어간 게 가장 눈에 띄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유명 남성복 블로거인 마르셀 플로루스는 “다양하고 트렌디한 한국 섬유에 놀랐다”며 “디자이너와 기업 간의 환상적인 협업”이라고 감탄했다. 이날 행사에는 파이낸셜 타임스, 포브스를 비롯해 보그닷컴, 엘르닷컴의 패션 에디터 등이 대거 참석했다.

고태용은 2007년 브랜드 론칭 후인 이듬해 스물일곱 살 최연소로 서울 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보그가 선정한 전 세계 신진 디자이너 톱 5에 들었고, 올해 6월에는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하는 ‘네이처앤더시티’ 캠페인 아트 협업에도 참여했다.

뉴욕=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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