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감찰 후 숨진 새내기 여순경, '강압조사'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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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약물과다 복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30대 여경 사망의 배경에 경찰의 강압적인 내부 감찰조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경기 동두천경찰서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 의원 등에 따르면 동두천경찰서 소속 A순경(32·여)은 휴가 첫날인 지난달 21일 0시40분쯤 동두천시내 한 도로에서 자신이 운전한 차량으로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순경은 출동 경찰관에 의해 현장에서 음주측정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훈방수치인 0.029%였다. A순경은 이날 오전 2시20분쯤 귀가조치됐다.

그러나 동두천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A순경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전화 통화가 이뤄진 7시8분 전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전화연결까지 세 차례 더 전화를 걸어 청문감사관실 사무실로 출석해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A순경은 모친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이를 취소하고 청문감사관실에서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간 A순경은 다음날(22일) 오후 4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순경은 평소 부정맥 질환을 앓아 치료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정량복용으로 건강관리를 해왔던 A순경이 실수로 약을 과다복용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0.02%라는 수치는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궈도 나오는 수치”라며 “얼마나 당황했으면 진술서에 자신의 주민번호, 전화번호까지 틀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망의 배경에 하급 경찰관에 대한 무리한 감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강압적 감찰에 의한 것이라면 일반인의 경우 훈방수치로서 아무 일도 없었을 일을 경찰 신분이라는 이유로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두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 내 자체 사고 보고를 위해 진술서를 작성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징계 건이 아니기에 감찰조사 대상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동두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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