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정주, 청탁 위해 진경준에게 주식 취득기회 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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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가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박세완 기자]

120억원대 주식 대박’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사법 처리키로 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빌려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매입하고 이듬해 이 주식을 넥슨에 10억원에 되팔아 5억7500만원의 차익을 얻은 게 김정주(48·넥슨 창업주) NXC 대표로부터 받은 뇌물이라고 판단하면서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2006년에 넥슨재팬 지분을 사들인 뒤 일본 증시 상장(2011년) 이후 지분을 처분해 110억원대 차익을 얻은 것에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임검사팀, 김 대표 소환 조사
포괄적 뇌물죄 적용 여부 검토
김 대표 “사회 물의 일으켜 죄송?
진경준은 의혹 해명 자술서 제출
오늘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이와 관련해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3일 김 대표를 전격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4일 오전 진 검사장을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 대표가 본인이나 회사 일과 관련해 (당시 또는 그 이후에) 청탁을 하려고 진 검사장에게 주식 취득 기회를 준 것으로 파악돼 김 대표를 ‘포괄적 뇌물’의 공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가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제공한 게 직무 전반과 연관된 일이라면 검찰은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해 왔다. 대법원은 이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997년 유죄를 확정했다.

이후 검찰은 주로 선출직 공직자의 금품 수수사건에서 이 혐의를 적용해 왔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며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답했다. 또 소환 조사를 받는 심경을 묻는 질문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끝까지 침착하게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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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주식 살 돈을 빌려준 이유와 이듬해 이 지분에 웃돈을 얹어 다시 사들인 이유를 캐물었다. 또 넥슨재팬의 일본 증시 상장과 관련해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회사 내부 정보를 알려줬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김 대표 소환 직후 진 검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일부를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일부는 해명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임검사팀에 보냈다. 문건에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개인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가 말을 바꾼 이유가 담겼다. 또 넥슨이 제공한 제네시스 승용차를 처남 명의로 받아 자신이 이용했음을 인정하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 검사장은 “넥슨재팬 지분 투자 과정에 특혜는 없었고 다른 주주들과 같은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의 주식뿐 아니라 다른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곳은 진 검사장 처가의 사업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과 처남 간의 돈 관계를 확인하던 중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차명계좌도 다섯 개 이상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2일 진 검사장 처남이 대표로 등록돼 있는 청소용역 업체 B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B사 운영에 관여했다는 첩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고 있다. 공무원에게 금지된 영리 활동을 했는지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검찰은 B사가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일감을 따내는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2009년 8월부터 1년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냈다.

글=최선욱·윤재영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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