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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안마의자 뜯었더니 2만 명분 마약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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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마의자에 약 2만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숨긴 뒤 해외 이사화물을 통해 밀수하려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멕시코의 갱단으로부터 산 필로폰 668.6g을 지난 6월 안마의자에 숨겨 들여와 유통하려 한 밀수책 김모(41)씨와 정모(53·한국계 미국인)씨를 구속기소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공범 박모(40)씨를 지명수배했다고 13일 밝혔다.

인천항 통해 들여오려던 일당 적발

검찰은 “해외 이사화물을 이용해 마약을 밀수입하다 적발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입한 필로폰을 세 덩어리로 나눠 비닐봉지에 담고 중고 안마의자의 동전함에 넣은 후 스티로폼·나무판자 등으로 이를 감쌌다. 이 안마의자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다른 사람의 이삿짐에 끼워 넣어 인천항을 통해 들여왔다. 하지만 해당 필로폰은 지난달 14일 김포에 있는 서울세관 국제화물통관센터에서 X선 검사를 받다 적발됐다.

검찰과 서울세관은 ‘대량의 필로폰이 이삿짐에 섞여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밀수범들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이사업체와 해운회사 화물선 운송 과정을 추적했다. 이후 국제화물통관센터에서 기다리다 X선 검사에서 기다란 형태의 음영이 세 개 찍힌 것을 포착했다. 곧 안마의자를 분해해 필로폰을 찾아냈다. 김씨 등이 밀수입한 필로폰은 약 22억원어치다. 수사기관은 통상 1회 투약분 0.03g이 10만원가량에 거래되는 것으로 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방식이 성공하면 향후 8.3㎏의 필로폰을 더 밀수입할 계획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등이 이삿짐이 부피가 큰 데다 통상 세관에서 느슨하게 검사해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등이 국내 유통을 위해 조직폭력배와 수차례 접촉해 가격을 협상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 자료를 서울본부 세관과 공유해 해외 이사화물에 대한 검색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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