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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암환자 15명 치료할수있다|인터로이킨 개발한 최용묵교수에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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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최초로 새로운 암치료제「인터로이킨2」 (IL-2)의 정제개발에 성공, 말기암환자를 정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회복시킨 최용묵교수(42·경희대의대 암센터소장)는 IL-2가 획기적인 암치료물질인것만은 분명하지만 획기적 암치료제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한다.
최교수는 소아과 오전진료를 끝내기가 바쁘게 면역학연구실로 올라가 IL-2와 이 인자를 넣어 증식하고 있는 활성화된 파괴세포(LAK)의 배양상태를 살피느라 짬을 내기 어려울 정도.
진료부문인 소아과와 임상부문인 혈액면역학의 전문의로 진료와 임상쪽 모두에 정신을 쏟느라 바쁜 최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현재 세계적인 암치료의 추세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있는가.
▲암치료법에는 외과적 수술을 비롯해 방사선치료법·항암화학요법, 그리고 면역요법이 있는데 한가지 보다는 복합적인 치료의 양상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등장했고 앞으로 암치료의 주역으로 등장할 치료법은 역시 면역요법이라고 본다.
인터페론·IL-2 등을 이용한 암치료법도 바로 면역요법의 범주에 든다.
-IL-2를 이용한 암치료방법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혈액면역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궁극적인 암치료는 역시 면역항암요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일단 모노클로날항체를 이용한 항암요법연구를 시작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어 연구의 방향을 T세포증식인자, 즉 IL-2쪽으로 돌리게된 것이다.
83년부터 미국립암연구소의 「로젠버그」박사 등의 논문을 수집해 이론적인 기초를 다진 다음 84년부터 독자적인 IT-2농축·정제기술개발에 착수했다.
-IL-2를 고농도로 농축·정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문헌상 단편적으로 나타난 방법만으로는 시행착오를 거듭할수밖에 없었다. 우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으로 IL-2를 추출·정제해야하는가부터가 문제였다.
6개월간은 아무 소득도 없는 실패의 연속으로 지내다가 84년 가을에야 겨우 IT-2를 어느정도 추출할수 있었다. 이 물질을 가지고 실제로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인 LAK세포를 배양·증식하는 과정에도 만만치않은 난관이 있었다. 배양조건·LAK의 농축농도 높이기 등이 그것이다. 아뭏든 84년말까지 흰쥐실험을 통해 그간 생산한 IL-2 그리고 이 인자로 인해 증식된 LAK세포가 암치료제로 놀랄만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까지 입증했다.
-첫 임상례가 된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었던 애로는.
▲환자는 같은 교직에 있는 분으로 취지를 이해하고 있었기때문에 그방면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배양·농축한 LAK를 도대체 얼마만큼 어떤주기로 투여해야하는가가 커다란 의문이자 고민거리였다. 다행히 지난6월초 학술대회차 우리나라에 온 미국립암연구소의 「허브만」 박사가 아이디어를 주어 한달에 1회, 30cc를 투여키로 했는데 치료효과가 좋았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IL-2법에 의한 암치료임상 보고가 언론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데 최교수의 견해는.
▲임상학자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것중의 하나가 과장 보도다. 수년전 인터페론이 처음 개발됐을때도 암이 다 정복된 것처럼 떠들었지만 아직도 암은 정복되지않고 있다. IL-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폐암·간암 등을 제외한 모든 암에 효과가있다는 이론이 있지만 앞으로 어떤 임상결과가 나올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아직까지 미국에서 30예가 진행중이고, 국내에서는 이제 첫케이스가 진행중인 상태이므로 이에대한 성급한 기대는 정말 금물이다.
-방사선치료나 화학요법을 받던환자들도 IL-2의 치료가 가능한가.
▲물론이다. 면역요법은 체내물질을 이용하기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을뿐아니라 다른 요법과 병행하면 오히려 상승효과도 볼수있을 것이라는게 이분야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IL-2 치료법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되나.
▲입원비·검사비 등 각종비용을 빼고 순수치료비만 1년에 8백만∼1천만원쫌 들것으로 추산된다.
이것도 1년이내에 치료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이상인 경우도 생각해야하므로 치료비를 낮추는것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우리 연구진은 치료환자를 가능한 많게하기 위해 내년부터 LAK 배양시설을 늘리고 수혈후 남는 LAK의 원료(백혈구)수거도 크게 확충시킬 계획인데 그렇게되면 치료비가 내릴 것이라본다.
-내년에는 더 많은 암환자를 치료한다는데 치료대상환자는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대단히 괴로운 질문이다. 원하는 중증환자 모두에게 치료를 시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시설 여건상, 원료(혈액) 공급상 현재 선정된 3명외에 내년엔 12명정도밖에 시도가 불가능하다. 선정은 우리병원에 치료를 의뢰한 환자중에서 각종 암종을 골고루 선택하되 재발이된 경우와 전이가 많이된 경우가 우선적으로 시도될 것이다. 하지만 종양부위가 큰환자는 양이 너무많이 들어 당분간 치료대상에서 제외될것이다.
-최교수가 개발한 IL-2의 추출·정제기법과 IL-2를 이용한 LAK세포의 배양·증식기법을 공개할 용의는 없는가.
▲그간의 임상연구 결과를 지금 정리중에 있다. 조만간 학술지와 전문잡지에 제출, 여러사람에게 공개하겠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우선 진행중인 LAK요법을 계속 추진해 암치료의 면역요법으로서 자리를 굳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연구과제이고 이와 병행해서 내년에는 감마인터페론과 모노클로날항체 등의 면역항암제를, 그리고 87년부터는 LAK세포보다 더 강력한 암치료제로 알려진 사이토톡식 세포이용법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이토톡식이란 것은 어떤 물질인가.
▲역시 인체내 백혈구에 존재하는 파괴세포의 일종으로 NK(천연파괴세포)·LAK(활성화된파괴세포) 등보다 파괴력이 훨씬세고 특수암종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 미래의 면역항암제로 기대 되고있다.
자신의 IL-2요법에 의한 암치료성과에 대해 이제 시작에 불과한 단계이므로 성급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여러차례 강조하는 최교수는 서울대의대 (67년)와 동대학원 (69년)에서 소아과를 전공한후 미뉴저지의대에서 혈액면역학전문의와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76년부터 6년간 뉴저지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다가 82년부터 경희대의대에서 진료와 연구를 겸하고있다.
부인 김영순여사(40)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둔 최교수는 역사와 고고학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함으로써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눈을 뜨는 즐거움을 갖는 것이 취미라고.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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