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YS 정부 때부터 공무원 과실 여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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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그동안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부 책임자들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주 예정됐던 수사 결과 발표도 미뤘다.

검찰 “처벌보다 정책 잘못 점검”
옥시의 에어컨 청소용 스프레이
폭발·화재 일으켜 피해보상도

검찰 관계자는 11일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이 나온 김영삼 정부 때부터 20여 년에 걸쳐 정부 부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주부터 정부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품 출시 당시 담당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기술표준원에 근무한 공무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공산품 안전검사 대상에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조사했다. 환경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의 관련자들도 소환 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형사 처벌보다는 정부 부처가 어떤 점을 잘했고 잘못 했는지 체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현 옥시 RB코리아)가 1996년 ‘프리벤톨 R80’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출시해 소비자들이 접했다. 이후 ‘부유 물질이 생긴다’는 불만이 있자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물질로 2000년 10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출시했다. 이 제품으로 인해 7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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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참사



◆옥시 제조 스프레이 폭발 사고도=11일 경기도 광명소방서에 따르면 광명시 노온사동 단독주택에 사는 A씨(30·여)는 지난 5월 30일 오후 5시쯤 옥시가 제조한 에어컨 청소용 스프레이(‘옥시싹싹 에어컨 청소당번’)를 이용해 에어컨을 청소하던 중 화상을 입었다. 이 제품은 살균 성분을 강력 분사해 에어컨 내부의 세균 등을 99.9% 제거하는 것으로 홍보돼 왔다. A씨가 에어컨 하단의 공기 흡입 부분에 스프레이를 분사하자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고 한다. A씨는 발 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 내부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옥시 측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옥시 측은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를 일부 수용해 A씨 치료비 등 1100만원을 보상했다.

광명=김민욱 기자, 송승환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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