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갈등의 미국 고질병 언제까지 이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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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캡쳐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의 흑인 총격 살해(5~6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일어난 흑인 저격범의 경찰 조준 사격 사건(7일)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흑인들을 중심으로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도심에서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 "정의 없이 평화 없다"(No justice, no peace)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래퍼 스눕독과 더게임이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을 향한 행진을 이끌었다. 루이지애나주 주도 배턴루지에선 심야까지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지난 7일 댈러스에서 흑인 전역 장병에 의한 경찰관 매복 습격을 의식한 듯 폭력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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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눕독 인스타그램]

그러나 텍사스주 휴스턴의 백인 경찰 2명이 총기를 소지한 흑인 남성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댈러스 경찰은 이날 본부 건물에 대한 폭파 위협이 이어지면서 일시적으로 건물을 폐쇄했다. 경찰은 경찰 매복 습격이 벌어졌던 주차장 건물을 집중 수색한 결과 다른 용의자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흑인 사회는 미 경찰의 불심 검문이 흑인에 집중돼 있고 납득하지 힘든 이유로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공무 중 총에 맞아 숨진 경찰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9일까지 총에 맞아 숨진 경찰은 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명)보다 44% 증가했다.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총격 살해 이후 "경찰은 개혁돼야 한다"고 촉구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유럽 방문 일정을 하루 단축하고 미국으로 돌아와 경찰 저격 사건이 발생한 댈러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은 '경관의 목숨(Blue lives)은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찰스턴의 저격범이 백인을 대표하지 않듯이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미치광이가 흑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찰스턴 사건은 지난해 6월 17일 백인 청년 딜런 스톰 루프(21)가 "흑인들을 죽이러 왔다"고 외치며 흑인 교회에서 총을 난사해 9명의 흑인이 사망한 인종 혐오 범죄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은 단순히 흑백 인종 갈등 때문만이 아니라 1인당 1개꼴로 총기를 갖고 있는 미국의 총기 보유 실태와 나아가 갈등을 조장하는 미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복합적으로 얽힌 '고질적 미국병'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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