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심쩍은 시장개방 협상|신성순 경제부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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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서울서 열리고 있는 한미간의 보험시장개방및 지적소유권보호문제 협상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당혹스런 느낌을 지워버릴수 없다.
그 하나가 협상이 시작되기도전에 튀어나온 김기환해협위 기획단장의 크리스머스 이전 타결 발언이다.
대미접촉의 경과나 배경설명도 없이 나온 말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협상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양보를 하면서라도 그때까지는 타결을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지 선뜻 판단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12월2일까지 박청부해협위투자협력관을 비롯한 실무자들을 미국에 파견, 막후 접촉을 가진바 있다.
이들이 귀국한후 지난5일에는 경제장관 협의회를 열어 대미협상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후 협상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경제장관들이 모여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국민들에게는 단 한마디도 설명이 없었다.
그러다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 밑도 끝도없는 크리스머스 이전 타결설이다.
지난 9월 「레이건」대통령이 미통상법301조의 발동을 선언했을때 보였던 국내의 소동을 생각하면 너무나 단락적이고 허망한 느낌마저 주는 발언이다.
시장개방은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이해가 걸려있고 그렇기때문에 온국민이 걱정을 나누고 관심을 모았던 문제다.
그런데 사전에 한마디 설명도 없이 멋대로 결정해도 괜찮은 것인지 묻고싶다.
협상의 주역을 맡고 있는 해외협력위에는 묘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미국측의 신경을 건드릴 일은 일체 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다.
회담의 경과를 발표해도 안되고 회담장의 사진도 찍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모두 미국측의 주문이라는 설명이다.
행여라도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 있을까 신주 모시듯하며 조기타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김단장의 말대로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자기 국민을 장님이나 귀머거리로 만들어놓고 협상테이블에 나와 앉은 우리 대표단을 미국이 어떤 눈으로 볼지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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