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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없이 사범대 정원만 늘려 올해 교사대기자 수만명 양산|고명순<25·교원 미임용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요즘 전반적인 경제불황속에서 일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리가 높다.
그중에서도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자리가 없어 교직을 얻지 못하는 대학졸업생들이 크게 늘어 새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졸업생만 해도 교육대 출신의 43%, 사범대출신의 53%등 1만1천여명이 교직을 엄지 못한채 발령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재학중에 교직과정을 이수하여 교사자격증을 딴 학생들까지치면 수만명이 교원임용을 고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나도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2급 정교사자격증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82년 대학을 졸업한 뒤 아직까지 교단에 서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앉아서 교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립대의 사범계 출신이나 교직과정 이수자는 국·공립학교 교사로 취업하려면 순위고사를 거쳐야한다.
나도 학원까지 다니며 순위고사 준비를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내전공인 가정부문의 선발이원이 적은 점도 있지만 교직임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워낙 밀려있어 경쟁률이 60대1까지 되곤했다.
그렇다고 사립중·고교에 취업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렵다.
어쩌다 생긴 교사 한자리에 수십명씩 이력서를 내고 연락을 기다리지만 별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사립재단에서는 교직에 취업시켜주는 대신 3백만∼5백만원의 알선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1년치 봉급을 선납하고 교직을 얻는 꼴이다.
내가 아는 한분은 서울에서 사범대학을 나왔으나 서울 지역에서는 도저히 교직을 얻지 못해 전혀 연고가 없는 경북지역의 순위고사에 응시, 합격해 그곳에서 교직생활을 하고있다.
내경우는 2년동안 교단의 꿈을 버리지 않고 노력해 왔지만 교사에의 벽이 너무 두꺼운 것을 깨닫고 방송통신대의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유치원 보모로 일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임용교원의 적체현상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아무 대책없이 사범대의 정원을 크게 늘리고 교사 자격증을 남발한 결과, 요즘 새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라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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