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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국형발사체, 개발만큼 중요한 건 기술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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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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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성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대전연구센터장

우주발사체 기술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선진국의 전략기술 보호 장벽으로 신흥 진입국 입장에서는 자력 기술개발이 불가피한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시험이 진행 중인 한국형발사체 3단용 7톤 액체 엔진에 이어 1단, 2단용 75톤 액체 엔진이 시험에 착수한 후 불과 1개월여 만인 지난달 9일에 75초 연소시간에 도달했다는 소식은 항공우주 분야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로서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엔진 연소시간을 늘려 140초간 완전 가동 및 다양한 환경에서의 성능과 신뢰성 검증을 거쳐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한국형발사체개발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형발사체는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산업화 및 상용발사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발사체 선진국들은 저비용 고효율의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상용발사서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의 민간 우주선 개발 및 서비스 업체인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재사용 가능 발사체 개발 시도도 그렇고, 일본이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엡실론 발사체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기초부터 핵심기술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없으면 매우 어렵다. 앞으로 발사체의 성능개량, 신뢰성 및 경제성 확보 뿐만 아니라 세계 상용발사서비스 시장 진출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개발 과정에서의 발사체 관련 요소기술 및 핵심기술 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나로호 개발시 발사 지연을 야기한 작은 고무 개스킷은 과거 미 우주왕복선 첼린저호 실패에서도 사고 원인으로 분석된 적이 있었다. 챌린저호는 당시 우측 고체로켓 부스터의 고무패킹이 저온에서 탄성저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탑승한 우주인 전원 참사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발사체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은 엔진 외에도 추진제 탱크, 배관, 각종 전자탑재장치 등이다. 나로호에 적용된 부품만 하더라도 약 15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부품의 기능이나 성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로호나 챌린저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듯 한국형발사체개발도 부품개발, 제작, 조립, 성능시험 등을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발사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발사체 분야 신흥 진입국인 한국으로서는 미리 목표한 개발일정에 따라 외형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조급함 보다는 기초체력을 다지듯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기술확보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일정에 쫓겨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기술 축적에 실패한다면 한국형발사체개발 이후 경쟁력 확보 계획에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또 중장기적 목표인 중궤도, 정지궤도 발사체 개발에 있어서 막대한 기회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국적 위성은 물론 해외발사서비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국위를 선양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김명성 한국항공우주산업(주) 대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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