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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3W시대’…여성인력 활용에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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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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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소장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조이’의 실제 주인공은 조이 망가노라는 인물로, 미국 홈쇼핑 최대 히트상품인 ‘미라클 몹’을 개발하여 성공한 사업가다. 주부였던 조이가 와인잔을 걸레로 치우다가 손을 다친 경험을 통해, 쉽게 짤 수 있는 대걸레를 개발한 것이다. 이후 여성 입장에서 가정에 필요한 도구들을 개발하며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여성이 주요한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여심’을 자극하거나 이를 반영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는 21세기를 세계화(World), 웹(Web), 여성(Women)의 ‘3W시대’라고 전망했다. 특히 소비재나 생활용품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선택을 주도했던 산업분야 뿐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내구재 구매에 대해서도 여성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의 지멘스, GE, P&G, 존슨앤존슨 등도 우수 여성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일본 역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 중심축으로써 이공계 종사 여성을 칭하는 ‘리케조’를 주목하는 등 여성인력을 경제 성장동력의 주된 축으로 하는 ‘위미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등 대기업은 여성 임직원 비율을 매년 증가시키며, 일-가정 양립 실현을 위한 난임휴직제, 육아휴직 사용대상 확대, 여성리더십 멘토링 지원 등 각종 제도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전체의 여성 인력 비중에 비해 기술개발 분야에서의 여성인력 활용률은 14.1%에 불과하며, 이공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남성보다 29.7% 낮은 실정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수출 중 35.9%를 차지하고, 전체 일자리의 87.9%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은 더 심각하다.

이를 타개하고자 정부 부처별로 산업계의 여성인력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여성연구원 채용지원, 경력단절 여성연구원 복귀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성형용 필러, 유착방지제 등 의약품을 생산하는 ㈜웰빙해피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진 여성연구원 지원사업을 통해 선임급 여성 연구원을 채용하여 신제품 개발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3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급 R&D 인력 부족이 심각한 중소·중견기업에게 있어 여성 R&D 인력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단순히 인력 채용 이상으로 여성 고유의 시각이 제품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에서 볼 때 충분히 매력적이다. 남녀가 같이 일할 때 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높아지고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기업 스스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산업계 인력 다양성 확보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로 정책적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할 것이다.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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